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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청구서' 속속 도착…英 법인세 인상, 美선 부유세 발의

중앙일보 2021.03.04 14:14
영국이 반세기 만에 법인세 인상에 나서는 등 주요국들에서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충격을 방어하느라 경쟁적으로 나랏돈을 푼 뒤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3일 예산안 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예산안 박스에 연설문을 넣어가는 것은 영국의 전통이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3일 예산안 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예산안 박스에 연설문을 넣어가는 것은 영국의 전통이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하원에 코로나 19 추가 지원방안이 담긴 예산안을 보고하며 공공부채 증가에 대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2023년 4월 이후 순이익 25만 파운드(3억9000만원) 이상의 기업들에 한해 25%로 올릴 계획이다. 
 
영국 법인세율 인상은 1974년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처음이라고 BBC가 전했다. 
 
법인세율 인상은 주로 대기업에 집중된다. 순이익 5만 파운드 이하의 기업에는 사실상 19%의 현행세율을 유지한다. 수낙 장관은 "70%의 기업은 법인세 인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25%의 최고 법인세율을 내는 기업은 전체의 10%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3일 코로나 19 추가 지원방안 예산안을 보고하며 공공부채 증가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3일 코로나 19 추가 지원방안 예산안을 보고하며 공공부채 증가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법인세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을 보완할 방안도 함께 내놨다. 영국 정부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대신 기업 신규투자 비용의 130%를 공제하는 '슈퍼 공제' 방안을 제시했다. '슈퍼 공제'는 기업 대상 세금 감면으로는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현행 법인세율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계산도 인상 추진의 배경이 됐다. 수낙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인세율을 올려도 G7(주요 7개국) 국가 중에서 최저이고 G20 회원국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낮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G7 평균 법인세율은 27%다. 
 
소득세도 사실상 증세 대상이다. 면세점을 올리지 않은 방식으로 과세 대상과 세액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세율은 손대지 않으면서도 100만명 이상에게서 소득세를 더 걷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계산이다. 
  
영국 정부가 증세 카드를 꺼낸 것은 연이은 코로나19 경기 부양으로 나랏빚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계연도 영국 정부 차입은 3550억 파운드(약 557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7%였으며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올해 회계연도에도 2340억 파운드로 GDP의 10.3%에 이를 전망이다. 
 
나랏빚 증가와 함께 코로나19로 심화한 양극화도 증세 논의의 배경이다. 주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이 논의되는 건 이 때문이다.  
 
수낙 장관은 "(코로나로)어려울 때 정부가 도왔으니 돈을 많이 번 기업과 개인이 부채 상환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입과 부채가 억제되지 않고 증가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사상 최대 경기 부양안의 의회 통과를 앞둔 미국에서도 증세 관련 논의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증세를 활용한 소득 재분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법인세율 인상(21→28%),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 내 진보그룹을 중심으로 부유층 과세법안도 발의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AFP]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AFP]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초부유층 과세 법안을 내놓았다. 코로나 19로 확대된 빈부 격차를 완화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쓰일 재원을 부자 증세로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법안은 순 자산이 5000만 달러(563억원) 이상인 가구에 연 2%, 10억 달러(1조1270억원)를 넘는 가구에는 1%의 재산세를 더 물리는 게 골자다. 
 
블룸버그통신은 "법안대로라면 미국 상위 부자 100명이 연간 세금으로 780억 달러(87조9000억원)를 더 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도 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정 적자가 급증한 상태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5729억 달러(약 628조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0.7%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여파로 재정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의 추가 부양 안까지 더해지면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미국 구제 계획'이라 명명된 1조9000억 달러(2140조원) 규모의 '바이든 표' 부양안은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서 심사 중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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