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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전조? 농축수산물은 10년, 월세 6년 만에 최대 상승

중앙일보 2021.03.04 11:31
2월 소비자물가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10년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한 영향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지난해 2월 1.1% 상승한 뒤로 꼭 1년 만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0%대를 유지하다 지난달 1%대로 올라섰다.
 

인플레이션 전조?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10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시민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10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시민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소비자물가를 비롯해 생산자·수출입물가 등 3대 물가지표가 최근 한꺼번에 오르면서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우려할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통계청의 해석이다. 공급 축소나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아닌, 수요 회복과 경기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물가상승으로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완만한 물가 상승의 수준 넘어섰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민감한 품목(농산물·석유류)을 뺀 근원물가는 0.8% 올라 오히려 상승 폭이 1월(0.9%)보다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0.3% 올라 지난해 10월(-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밥상물가만 오른다

2월?소비자물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월?소비자물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상황은 다르다. 우선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6.2% 급등했다. 2011년 2월(17.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으로, 지난 1월(10%)보다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고병원성 AI와 겨울철 한파에 따른 채소류 작황 악화까지 겹쳐 농축산물 수급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설 수요까지 더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사과(55.2%)·파(227.5%)·달걀(41.7%) 등의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컸다. 배추(-17%), 무(-16.7%) 등의 가격은 내렸다.
 

월세 6년 2개월 만에 최대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되는 집세 상승도 가계 부담을 늘린다. 지난달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0.9% 오르며 2018년 3월(0.9%) 이후 최대 상승 폭을 찍었다. 전세와 월세도 각각 1.2%, 0.5% 상승했다. 전세는 2018년 8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월세는 2014년 12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물가 전망은

3월 이후부터는 이른 수확이 가능한 양파·파 조생종의 출하가 시작되면서 농산물 수급 여건은 지금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기온이 올라 고병원성 AI 발생이 줄어들면 달걀값도 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원유 수요 증가로 지난해 연초 수준을 회복하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어운선 심의관은 “석유류 가격 상승 요인이 커지고 있는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대면 서비스 가격 하락 요인도 여전하다”며 “공급과 수요 종합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물가 상승 요인이 분명해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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