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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이었어요?"…‘비대면 개강’ 대학가에 봄은 언제 오나

중앙일보 2021.03.04 09:25
"개강이었어요?"
서강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56)씨가 3일 오후 기자에게 되물었다. 지난해 4월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개강 시즌에는 가게가 꽉 찰 정도였는데 지금은 반 토막 났다”며 “어제와 오늘 방학때보다는 손님이 1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개강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홍익대 인근의 한 문구점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는 50대 A씨도 "비대면 수업 방침을 알고 있어서 개강에 대한 기대는 안했다. 코로나는 어쩔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문구점 매출은 재작년 대비 60% 이상 깎였다. 매달 적자"라며 "작년보다 올해가 힘들고 내년이 더 힘들 거라고 본다. 체감경기가 살아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3일 오후 3시쯤 서강대 정문의 모습. 전날 개강했지만 북적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함민정 기자

3일 오후 3시쯤 서강대 정문의 모습. 전날 개강했지만 북적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함민정 기자

비대면 개강…주요 대학 상권은 꽁꽁

지난 2일 주요 대학들이 개강했지만, 비대면 수업 중심 체계로 가면서 대학가 상권의 분위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개강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올해 1학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 대부분은 비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정했다. 
 
서강대는 비대면 수업으로 시행하되 일부 대면 수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원은 약 40명 내외로 제한한다. 이화여대는 혼합수업과 비대면 수업으로 운영하며 수강 정원이 50명 이상일 경우 비대면 수업이 원칙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 이상일 경우에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다.
 

학생들이 자주 가던 맛집 발길 뚝

3일 오후 비대면 수업 체제로 들어간 대학가는 한산했다. 홍대 정문 앞 골목에는 '임대문의' 표지가 붙은 폐업한 상가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홍대 인근 토스트 집에서 근무하는 허아름(30)씨는 “지금쯤이면 매장이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널널하다”며 “개강을 했지만 방학 때와 비교해 나아진 점이 없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왔었는데 지난해 1월 이후부터 줄었다”며 “지난해 2.5단계 거리두기 상향 이후부터 골목이 싹 죽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주현(38)씨는 “어제가 개강이었는데 5팀도 안 왔다”며 “3월 개강이 가장 바쁜 시기인데 한 달에 200~300만원씩 적자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생들의 모임 장소로 꼽히던 치킨집과 술집들은 단체손님이 줄다보니 타격이 더 크다고 한다. 이씨는 “7년째 운영 중인데 원래는 배달도 안 했다. 9900원짜리 치킨을 팔면 얼마나 남겠냐”며 “하루 100만원까지 올리던 매출은 이제 40만원도 안 된다”고 했다. 
 
서강대 정문 앞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모(70)씨는 ”학생들이 없으니 너무 힘들다”며 “3월에 학생들 절반이라도 학교로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거리가 너무 한산하다”고 했다. 그는 “오후 3시에 오픈하고 어제는 5시가 돼야 순대가 개시될 만큼 손님이 없었다”며 “비대면 수업이 풀려야 먹고 살지, 1년이 넘도록 상황이 말이 아니다. 바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3일 오후 홍익대 인근 골목에 상가임대 표지가 붙어있다. 전날 개강을 했지만 이날 골목은 한산했다. 함민정 기자

3일 오후 홍익대 인근 골목에 상가임대 표지가 붙어있다. 전날 개강을 했지만 이날 골목은 한산했다. 함민정 기자

"13년째 일했지만 지금이 제일 어렵다"

비대면 강의로 학교로 직접 오는 인원이 줄다 보니 월세 수요도 줄었다. 홍대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60대 B씨는 “13년째 공인 중개일을 했지만 지금이 제일 어렵다”며 “월세 거래가 50% 이상 줄었다. 과거에는 지금 시기에 비어있는 방이 없었다”고 했다. 현재 나가지 않은 방은 비어있는 상태다. 월세액은 20% 정도 낮췄다고 한다. B씨는 “50만원짜리 방이 40만원에 거래됐는데 그래도 안 나간다”고 했다.
 
개강 시즌에 인쇄 등을 위해 인쇄소를 찾던 학생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날 오후 3시에 연세대 앞 인쇄소에 방문한 손님은 1명이었다. 이곳의 박지호(59) 사장은 “10년 정도 운영해왔지만 개강 시즌에 학생들이 없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에는 그나마 더 있었는데 올해가 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3월이면 바빠서 저녁 8시까지 일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지금 엄청 한가하잖아”라고 했다.
3일 오후 홍익대 정문의 모습. 전날 개강을 했지만 이날 홍익대 앞 거리는 한산했다. 함민정 기자

3일 오후 홍익대 정문의 모습. 전날 개강을 했지만 이날 홍익대 앞 거리는 한산했다. 함민정 기자

"소통은 하지만, 사람이 그리워”

비대면 개강을 맞은 학생들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홍대 앞에서 만난 이성지(25) 학생은 이번 학기에 9학점을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한다. 실기 수업이 많은 미대 특성상 비대면 수업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회화과인 이씨는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크리틱’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데 얼굴을 모르는 이들과 하다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또 “동기들 얼굴을 못 본지 1년 정도 된 것 같다. 친한 친구들만 연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박지연(22) 학생은 “비대면 수업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다”며 “대면 수업일 때는 교수님께 다가가기 어려운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박씨는 이번 학기에 비대면 수업만 6개 총 18학점을 듣는다고 한다. 그는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낼 때가 좋았는데 떨어지니 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니 내년쯤은 대면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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