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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무관객 개최면 어때, 도쿄올림픽 보고 싶다

중앙일보 2021.03.04 08:00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54)

일본은 올림픽 패럴림픽 대회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대회’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었다. 개회식은 2021년 7월 23일 예정이다. 개최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지만,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예정’이다. 3월 25일이면 성화 릴레이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4개월에 걸쳐 일본 전국을 돌고 개회식을 맞이한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바뀌는 일이 있었다. 모리 요시히로 전 회장은 ‘여자가 많으면 회의가 길어진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여성 멸시라는 맹비난을 받고 물러났다. 만 83세의 거물 정치가다. 본인은 우스갯소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그 농담을 받아주지 않았다.
 
적어도 일본에서 ‘2020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은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자 후쿠시마 부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코로나19 극복을 상징하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적어도 일본에서 ‘2020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은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자 후쿠시마 부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코로나19 극복을 상징하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옛날 정치가답게 후임을 물밑작업으로 정해놓고 떠나려다가 그 계획마저 물거품이 되었다. 나의 눈에 비친 그의 물밑작업은 어디까지나 노 정치가의 노파심이었다. 내각제에서 파벌끼리 의논해서 수상을 정하는 정치 풍토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올림픽 패럴림픽 개최까지 반년을 남긴 상황. 순수하게 도쿄올림픽이 걱정이었을 것이다. 자기의 뒤를 이어 조정해 나갈 수완이 있는 사람을 앉혀놓고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보다 한 살 더 많은 만 84세의 동지에게 ‘당신밖에 없다’며 설득해 수락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은 용납하지 않았다. 국민의 눈에 비친 그의 행동은 ‘쓸데없는, 주제넘은 걱정’이었다.
 
여성 멸시 발언으로 물러난 후임이니만큼 ‘여자’에 ‘젊은’ 사람이 좋겠다는 의견이 강했다. 결국 올림픽 장관이었던 하시모토 세이코(橋本 聖子) 씨로 정해졌다. 1964년생인 여자다. 80대에 비하면 젊다. 게다가 올림픽 선수 출신이다. 동계 하계를 합쳐 7번 출전했다.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트와 자전거경기. 올림픽 장관을 지내고 있었으니 중도에 바통을 이어받아도 상징적인 의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3월 3일 일본의 최종 입장을 정해 3월 10일쯤 IOC 총회를 열며, 3월 말에는 관객을 받을지 말지, 받는다면 어느 정도일지 방향을 발표한다고 한다. 개최가 정해지면 3월 말부터는 성화 릴레이를 시작해야 한다. 47개 지역을 121일에 걸쳐 돈다.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8월 24일 패럴림픽 개회식으로 이어진다. 성화 릴레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지역인 후쿠시마에서 출발한다. 도쿄올림픽 패럴림픽은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이라는 의미도 있다.
 
적어도 일본에서 ‘2020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은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이라는 의미가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다. 그 후 일본은 ‘후쿠시마 부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다. 후쿠시마 부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언제부터인가 코로나19 극복을 상징하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시절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후쿠시마는 일본의 상처이고,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상처이니 말이다. 2011년 대지진으로부터 10년째다. 2021년 2월 13일. 큰 규모의 지진이 있었다. 도쿄도 흔들렸지만 가장 심했던 것은 후쿠시마였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올림픽 참가 선수를 응원하고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발산시키고 싶다. 경제적 손익을 떠나서 이번에야말로 순수하게 선수를 위한 대회이길 기대한다. [사진 unsplash]

집에서 TV를 보면서 올림픽 참가 선수를 응원하고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발산시키고 싶다. 경제적 손익을 떠나서 이번에야말로 순수하게 선수를 위한 대회이길 기대한다. [사진 unsplash]

 
‘무관객 개최’라는 말도 들린다.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관객이 없으면 선수가 불쌍하다는 의견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관객을 들일 수 있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대회가 취소되어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여운 일이다. 4년을 기다려 5년째다. 출전을 포기한 선수도 있다. 4년에 한 번 있는 대회. 4년으로 끝날 것을 예상하고 모든 걸 조정해 온 선수들. ‘1년 뒤’라는 것이 기회가 된 선수도 있고, 포기로 이어진 선수도 있다.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올림픽 대회를 보고 싶다. 집에서 티브이를 보면서 응원하고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발산시키고 싶다. 경제적 손익을 떠나서 이번에야말로 순수하게 선수를 위한 대회이길 기대한다. 코로나 시대이기에 가능한 올림픽 패럴림픽이 있을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었으니 대응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관중 없는 대회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관람권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살 수 없는 사람도, 모두가 다 텔레비전으로만 응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든 것은 정치인이 정하고 선수에게는 참가할 것만을 요구한다. 선수의 의견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선수를 위한 대회가 되었으면 한다. 올림픽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선수의 활약을 응원하고 환호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시기이기에 전 세계의 사람을 위로하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일자막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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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심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필진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에 살림을 꾸린지 약 25년. 일본으로의 이주는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 한일자막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다. ‘한일 양국의 풀뿌리 외교관’이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보다도 더 비빌 언덕이 없는 일본에서 그 사회에 젖어 들고, 내 터전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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