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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쪼개기, 굉장히 전문적"···LH 의혹 '키맨' 2인이 주도했다

중앙일보 2021.03.04 05:00 종합 3면 지면보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원에서 약 2년 동안 사들인 토지는 2만㎡(약 7000평)가 넘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LH 직원은 14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등기부등본·직원명단 대조해보니
“친한 직원끼리 정보 공유하며 행동”
상당수가 LH서 보상 업무 취급
시흥 단위농협 한 곳서 54억 대출

중앙일보는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 이후 투기 대상으로 지목된 필지의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시흥시의 단위농협 한 곳에서만 54억원(근저당 설정액 70억3300만원)을 빌리는 등 총 57억여원을 대출받아 총 99억4500만원에 이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LH 직원 13인이 해당 지역 내 12개 필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위해제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땅 구입에서 중심적인 역할은 한 사람은 2명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직원들과 땅을 매입하기도 하고 함께 구입하기도 했다. A씨와 B씨의 땅 구입에 관련된 직원들만 총 9명이다. 
LH직원 ‘시흥 땅 투기 의혹’의 핵심 2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H직원 ‘시흥 땅 투기 의혹’의 핵심 2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명이 핵심 역할한 듯…각각 7억원, 8억원 대출

A씨는 2019년 9월 자신의 가족 및 다른 직원과 함께 대지 330㎡를 7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농협에서 약 4억원의 빚을 냈다. A씨는 지난해 2월 B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 4명과 직원의 배우자, 지인 등 6명과 또다시 인근의 밭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 매입했다. 이때도 A씨는 같은 농협에서 약 3억원 가량, B씨는 4억원 가량을 대출 받았다. 
 

B씨 역시 2018년 4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시흥시 무지내동에 있는 밭 5905㎡를 19억4000만원에 사들였다. B씨는 당시에도 같은 단위농협에서 약 4억원 가량을 빚내 땅을 구입했다. A씨와 B씨는 땅을 사는 과정에서 같은 단위농협에서 각각 총 7억원과 8억원 가량을 대출받기도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친한 직원끼리 투자 정보를 공유하며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두 사람이 함께 산 땅, 보상 기준 맞춰 4개로 분할 

A씨와 B씨 등 7명이 22억5000만원에 구입한 필지는 매매 계약이 체결된 뒤 4개 구역으로 땅이 쪼개졌다. 각 필지는 LH의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000㎡ 이상으로 나뉘었다.  

 
참여연대와 민변 측은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LH 직원 명단 등을 대조해본 결과 상당수가 LH에서 보상 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직업적 경험을 토대로 투기 계획을 세밀하게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토지분할 하는 이유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해서 아파트 입주권 같은 걸 나중에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토지를 4개로 쪼개서 4개의 입주권을 받으려고 했던 거 보면 굉장히 전문적인 투기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LH 직원들, 농지법 위반 소지도

LH 직원들이 사들인 필지 대부분은 지목이 전(밭)과 답(논)이다.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야 살 수 있는 땅이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변 측은 “LH에 근무하면서 제대로 농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이들이 허위ㆍ과장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지법 제3조 등에 따르면 농지(전답)는 농업경영 목적으로 신규 매매나 증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취득 당시 대부분은 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직접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땅을 구입한 뒤에는 방치하거나 임대, 또는 나무 심어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LH 직원들도 농지 구입 과정에서 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사실이 적발되면 농지법 위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LH직원 땅 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위문희·권혜림 기자, 시흥=채혜선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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