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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단독/ '장애인 비하' 이해찬, 보고서 제출마저 늦장...인권위는 '봐주기'논란

중앙일보 2021.03.04 00:21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우리나라 인권사에 ‘기록’을 세웠다. 당 대표 시절 잇따른 장애인 폄하 발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고 제재인 ‘권고’를 처음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권고를 받은 시점은 지난해 11월 13일. 90일 이내에 민주당 당직자들과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받고 재발 방지 대책도 세워 인권위에 그 내용을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측의 보고서를 받은 건 지난달 18일. 마감일(90일)을 닷새 넘긴 시점이었다. 마감을 넘긴 데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권고문이 우편으로 전달된 시간을 고려해 데드라인을 지난달 16일로 조정했다. 따라서 민주당 측이 2일 늦게 보고서를 보낸 것”이라고 이례적인 설명을 내놨다. 실상이 그렇더라도 늦장 전달에서 드러나는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도덕적 해이는 작은 것이 아니다.
 

장애인 폄하로 제재 받은 이해찬
보고서 인권위 제출 시한도 어겨
‘피아 가린 약자 보호’ 심판받을까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인 2018년 12월 28일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장애인단체의 진정을 받았다. 이어 2020년 1월 15일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재차 발언해 장애인 가슴에 두 번 못을 박았다. 정치인의 장애인 폄하를 문제삼지 않아온 인권위조차 “유력 정치인이 장애인 폄하 발언을 반복해서 한 사실을 심각히 봤다”며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해 제재를 내렸다.
 
‘사람이 먼저’라는 민주당의 어른이 이런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도 모자라 인권위가 정한 90일 이내 교육 이수와 보고 의무마저 시한을 넘겼다. 장애인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이 과하지 않다.
 
최소한 이 전 대표는 권고 조치를 당한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교육을 이수해 보고서를 보내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7선 의원에 국무총리에다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민주당의 ‘큰 어른’ 아닌가.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낮 인권위에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냈다. 이날은 필자가 유튜브 방송 ‘강찬호의 투머치 토커’에서 “인권위가 90일이 지났는데도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고 처음 보도한 다음 날이었다. 때맞춰 다른 언론 매체도 민주당에 보고서 발송 여부를 문의하며 취재를 시작하자 부랴부랴 보고서를 보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인권위로부터 결정문만 받았고, 90일 안에 회신해야 한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아서 몰랐다는 입장이나 궁색한 변명이다.
 
게다가 인권위는 이 전 대표 측이 보낸 보고서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권고 결정문이 오기 전에 이 전 대표와 당직자들이 온라인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매년 의무적으로 받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이수한 것이라 인권위의 권고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혹여 민주당이 이런 내용으로 교육을 이수했다고 보고했다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권고 사항이었던 ‘당 차원의 재발 방지책’이 회신한 내용에 포함돼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3월 중순쯤 전체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표의 보고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권의 장애인 폄하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절름발이 총리”라고 발언했다가 역시 지난해 12월 인권위로부터 교육을 받으라는 권고 결정을 받았다. 주 원내대표 측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초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의힘 전체 의원과 함께 인권 의식 개선 교육을 받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 인권위에 90일 이전에 보고하겠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만은 말한 그대로 행동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늘 보수 정당과 자신들이 차별화되는 요소로 ‘약자에 대한 존중’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약자’는 민주당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존중받았다. 며칠 전까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한 우상호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 ‘롤모델’ ‘우상호가 박원순’ 같은 글을 올려 성추행 피해 여성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침묵했다. 위안부 소녀상을 목숨 걸고 지킨다는 민주당은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인신공격에 시달린 ‘살아있는’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의 고통은 외면했다. 왜 약자 보호마저 ‘선택적’인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시장들이 약자인 여비서에 성범죄를 저지른 게 들통나 치러지는 선거다. ‘선택적 약자 보호’에 절망한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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