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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간 윤석열 “검수완박은 부패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

중앙일보 2021.03.04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방안을 비판하면서다. 지난 1일부터 본격화한 윤 총장의 공개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여권과의 갈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검찰총장, 대구고검·지검 방문
여당 추진 중수청 비판 강도 높여
“정치할 의향 있나” 기자들 질문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 아니다”
정세균 “대통령에 윤 거취 건의가능”

윤 총장은 3일 대구 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밝힌 뒤 “(검찰 수사권 박탈은)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이런 부정부패에 대한 대응은 적법절차,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법치국가적 방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와 법정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수사기관만이 거악을 척결할 수 있다는 최근 발언의 기조와 맥이 닿아 있는 내용이다.
 
여권의 검찰 수사권 박탈 행보에 대해 표면적인 대응을 삼가던 윤 총장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연일 비판 공세에 나서고 있다.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1일 국민일보 인터뷰), “정경유착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역사의 후퇴”(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 이어 이날의 “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될 것”까지 비판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윤 총장은 “여권의 관련 법안 발의 강행 시 총장직 사퇴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대구를 찾은 것과 관련해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초임지이며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2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이라며 “5년 만에 다시 오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윤 총장 지지파와 반대파가 한꺼번에 몰려 혼잡이 빚어졌다. 환호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이들과 ‘검찰개혁 방해 중단하라’ ‘박근혜 감방 보낸 윤석열은 물러나라’ 등 내용의 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윤 총장과 악수하면서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총장님의 행보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여당 인사들은 이날 곳곳에서 윤 총장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총리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검찰총장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께 건의한다든지, 고민할 수 있다는 뜻이 거기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피해는 누가 보나. 국민이 피해 보는 거 아닌가. 총리로서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홍영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이 폭주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검찰 범죄 은폐, 왜곡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하준호·김정석 기자, 심새롬·김은빈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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