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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장관 만난 이용수 할머니 "문 대통령 보게 해달라"

중앙일보 2021.03.03 18:09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정 장관에게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 건의하며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정 장관은 "(ICJ 회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맞이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맞이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3시 한복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았다. 정 장관과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외교부 청사 17층 대접견실에서 이 할머니를 맞았다. 정 장관은 이 할머니에게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저희가 찾아봬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제 취임식 때 모시려고 했는데 방역이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모시질 못했다"고 설명했다. 

"ICJ 제소, 스가 총리 설득해달라 할 것"
정 장관 "간단한 문제 아냐...신중 검토"
전문가들 "현실화 가능성 별로 없어"

정 장관은 당초 이 할머니가 살고 있는 대구에 찾아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이 할머니가 직접 서울로 가겠다고 하면서 이날 면담이 성사됐다. 앞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퇴임을 앞둔 지난달 1일 포항에 있는 박필근 할머니의 집을 개인 일정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필근 할머니의 집(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을 방문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필근 할머니의 집(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을 방문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정 장관과 약 1시간동안 면담을 마친 뒤 오후 4시쯤 기자들과 만났다. 이 할머니는 "장관에게 문 대통령을 만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만나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설득해서 위안부 문제를 ICJ에 판결받게 해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결판을 낼 것"이라며 "저희들(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죽고 나면 일본이 거짓말로 법 없을 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면담 뒤 보도자료를 내고 정 장관이 이 할머니에게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정부가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ICJ 회부와 관련해선 "신중히 검토해야할 문제"라며 "앞으로도 피해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장관과 이용수 할머니의 면담 모습 [외교부]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장관과 이용수 할머니의 면담 모습 [외교부]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이 상호 합의 하에 위안부 문제를 ICJ에 가져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한·일 양국은 공동 제소에 앞서 어떤 안건을 분쟁의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특별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 할머니 측 추진위는 이날 자체적으로 만든 특별협정 초안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리는 없다. 
위안부 문제의 ICJ 제소 관련 추친위원회 측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특별협정 초안 [제공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

위안부 문제의 ICJ 제소 관련 추친위원회 측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특별협정 초안 [제공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강제 노역과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따지려고 한다면, 일본은 청구권협정의 해석과 실시 및 주권면제 조항에 대해 묻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ICJ까지 가느냐와는 별개로 한국 정부가 ICJ 제소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위안부 문제에서 대일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ICJ 제소 절차를 밟게 될 경우 국내 법원 판결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2018년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과 2021년 위안부 관련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각각 일본 기업과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국내적으로 판결이 완료된 사안을 정부가 또 다시 국제 법정으로 가져가면, 우리 판결을 스스로 믿지 못하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은 우리가 공세를 펼치지만 나중에는 일본이 독도 문제 등의 ICJ 제소를 요구하며 역공을 벌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ICJ 분쟁 절차가 향후 수년간 진행되는 동안 한·일 정부가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게 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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