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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닦아 번 7억 땅 쾌척한 김병록씨 선행에 ‘국민포장’ 수여

중앙일보 2021.03.03 15: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막 확산하기 시작하던 지난해 3월. 어려운 이웃들이 특히 절망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이때 50년 가까이 평생 구두를 닦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땅 3만3142㎡(1만평 임야·시가 7억원 상당)를 구두 수선공 김병록(61)씨는 아무 조건 없이 내놓았다. 코로나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서였다. 중앙일보 2020년 3월 12일자 1면〉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3일 오후 김병록씨에게 ‘제10기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파주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3일 오후 김병록씨에게 ‘제10기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파주시

김씨가 3일 행정안전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희망을 전해 온 숨은 공로자로 선정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제10기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을 김씨에게 수여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움 겪고 있는 어려운 이웃과 국가를 돕고 싶었다”며 “저의 작은 기부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의 코로나19 극복을 돕기 위해 평생 모은 땅 1만평을 기부한 구두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취약계층의 코로나19 극복을 돕기 위해 평생 모은 땅 1만평을 기부한 구두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행정안전부, 김씨 등 46명에 포상 수여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씨 등 46명에게 포상을 수여했다. 국민추천포상은 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이웃을 국민이 추천하면 정부가 포상하는 제도로 올해 10기를 맞았다. 이번 포상에서는 국민훈장 6점, 국민포장 7점, 대통령표창 15점, 국무총리표창 18점이 각각 수여됐다.  
 
올해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는 2019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국민이 추천한 755건 가운데 현지 조사와 국민추천포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올해 심사부터는 국민 온라인 투표를 하는 등 국민 참여를 확대해 국민이 뽑는 유일한 포상의 의미를 더했다. 지난 10년 동안 총 6462건의 국민추천을 받아 466명의 숨은 영웅이 발굴됐다.
최종환 파주시장(왼쪽)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땅 3만3142㎡를 기부한 김병록씨에게 지난해 6월 26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파주시

최종환 파주시장(왼쪽)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땅 3만3142㎡를 기부한 김병록씨에게 지난해 6월 26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파주시

김씨, 지난해엔 파주시로부터 감사패 받아

앞서 김씨로부터 땅을 기증받은 파주시는 지난해 6월 김씨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이 전한 감사패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파주시에 임야를 기부함으로써 기부문화 확산에 크게 이바지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데 기여했다. 이에 깊은 감사의 뜻을 담아 이 감사패를 드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씨는 고양시 행신동 노점에서 구두 수선을 해왔다. 그러다 2008년부터는 서울 상암동에 10㎡(3평) 크기의 점포를 임대해 아내 권점득(60)씨와 구두수선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큰딸(35)을 출가시키고 아내, 작은딸(31), 다운증후군을 앓는 1급 지적장애인 아들(28)과 행신동의 66㎡(20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김병록씨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기부한 자신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임야를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김병록씨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기부한 자신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임야를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김씨 “코로나 기부 행렬 이어져 보람”      

김씨는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20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점포 운영난을 겪게 되면서 지금의 경제위기를 실감한 게 땅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이렇게 어려울 때 내가 가진 것을 내놔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앞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헌 구두 5000여 켤레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때로는 헌 우산·양산을 고쳐 건넸다. 1997년부터는 이발 기술을 배운 뒤 매달 요양원·노인정 등을 찾아 이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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