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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인구 1.6만 늘었는데, 일자리는 14.6만 줄었다

중앙일보 2021.03.03 14:55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대가 ‘고용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채용 시장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올해 20대는 최악의 취업 ‘보릿고개’를 맞이할 전망이다. 이들이 과거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대만 외환위기 대비 고용률 감소
90년대 일본 같은 '잃어버린 세대'
정부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 발표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20~29세) 취업자 수는 360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3.9%(14만6000명)나 줄었다. 20~60대 연령층 가운데 감소율이 가장 크다. 같은 기간 20대 인구가 소폭(1만6000명)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20대의 고용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20대는 고용률도 58.2%에서 55.7%로 급감했는데, 역시 20~60대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자 역대 최저 수치다.  
지난해 ‘고용 충격’ 크게 받은 20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해 ‘고용 충격’ 크게 받은 20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악의 고용 대란이 찾아왔던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도 심각하다. 1998년 20대의 고용률은 57.4%였는데 지난해(55.7%)는 이보다도 낮다. 다른 연령대는 모두 외환위기 때보다 고용률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유독 20대의 고용 충격이 도드라진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냥 쉰 20대도 4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5.2%(8만4000명) 증가해 30대ㆍ40대보다 높았다.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2년 새 13만20000명 증가했다. 일자리 환경이 좋지 않자 구직 활동 자체를 미루는 젊은이가 늘었다는 의미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곳이 늘면서 가뜩이나 좁아진 취업의 문이 더 좁아졌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 등으로 구조적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하고, 최저임금ㆍ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뽑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빠진 20대 고용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빠진 20대 고용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신입사원보다는 실무 능력이 검증된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경력이 없는 20대 청년들은 신규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용시장 진입이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기업이 바로 신규채용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20대의 고용 사정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20대의 취업 기회는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계획이 지난해보다 ‘축소’한다고 답한 응답이 65.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채용은 28.5%, ‘확대’는 6.2% 불과했다.  
 
특히 주요 대기업은 신입 채용보다 수시ㆍ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는 2019년부터 LG와 KT는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SK는 22년부터 수시채용으로 바꿀 예정이다. 당장 지난 1월부터 고용 사정이 나빠지는 분위기다. 20대의 지난해 1월 대비 취업자 감소 인원은 25만5000명으로 불어났고, 고용률도 58.1%에서 53.9%로 추락했다.
 
취업 빙하기가 장기화하면 청년들은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ㆍ지식ㆍ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된다. 당장 수입이 줄고 고용 불안정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임금ㆍ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이력효과’가 발생한다. 일본에서 자산 거품이 꺼지고 경기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 일본 청년층(1970~1980년대 초반 출생)이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다.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 지원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 지원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용노동부는 3일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1조50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청년 고용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소·중견 기업 IT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면 인건비(최대 월 180만원, 최장 6개월)를 주는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기존 5만명에서 11만명으로 확대한다. 또 올해 특별고용촉진장려금(최대 월 100만원, 최장 6개월) 대상 5만명 중 2만명은 청년을 우선 선발한다.
 
공공분야 직접일자리도 늘린다. ▶온라인 튜터(4000명) ▶시설분야 넷제로 기초DB 구축(200명) ▶학교 방역인력 지원(1만명) 등 생활방역·안전과 관련해 총 2만8000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또 공공기관 정원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해야 하는 청년고용의무제도도 2023년까지 연장을 추진한다.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을 높여 이들의 신규 고용창출을 유도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가 취업을 못 하면 결혼ㆍ출산까지 미뤄지면서 결국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시행 등에 따라 줄어든 민간 일자리를 정부가 만든 재정 일자리로 겨우 메우던 상황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충격이 커졌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주체는 기업인 만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손해용·김남준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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