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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사다리 끊기는데…정부는 코로나용 단기 일자리만 쥐어짰다

중앙일보 2021.03.03 12: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줄어든 청년 일자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 고용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과거 대책과 마찬가지로 단기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해 근본적 고용상황 개선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 고용 24만명에 추가 지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고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고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3일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1조50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올해 24만명 청년 고용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한 청년정책 기본계획(4조4000억원, 79만4000명)과 더하면 총 104만명 이상 구직 청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간 기업 채용 인센티브제도다. 우선 중소·중견 기업 IT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면 인건비(최대 월 180만원, 최장 6개월)를 주는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기존 5만명에서 11만명으로 확대한다. 또 올해 특별고용촉진장려금(최대 월 100만원, 최장 6개월) 대상 5만명 중 2만명은 청년을 우선 선발한다.
 
채용지원뿐 아니라 공공분야 직접일자리도 늘린다. ▶온라인 튜터(4000명) ▶시설분야 넷제로 기초DB 구축(200명) ▶학교 방역인력 지원(1만명) 등 생활방역·안전과 관련해 총 2만8000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또 공공기관 정원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해야 하는 청년고용의무제도도 2023년까지 연장을 추진한다.
 
올해 10만명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특례 대상도 5만명 더 확대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특례로 선정되면 취업지원서비스와 월 50만원(6개월)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과 연계해 디지털·신기술 훈련을 지원하는 K-Digital Training(3000명)과 인문계·비전공 청년에게 디지털 훈련을 지원하는 K-Digital Credit(4만명) 사업도 확대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고용위기 대응반'을 통해 추진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청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듣겠다”고 밝혔다.
 

단기일자리 늘리기 재탕하나

하지만 이번 대책 대부분도 단기일자리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 청년 고용상황 개선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많은 추가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일자리와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지원은 모두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다. 지원금을 다 받고 난 뒤에는 고용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정부 공공분야 직접일자리도 '디지털 알바'라는 비판을 받았던 단기일자리로 채워져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 K-Digital Training·K-Digital Credit는 당장 일자리를 만들기 보다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성격의 제도다.
 
고용부 관계자는 “디지털 일자리가 단기 일자리라고 해도 정규직 전환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청년에게 일자리 경험을 주고,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고용위기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 대신 경력 선호…끊어지는 고용사다리

지난해 5월 SK그룹 인적성 시험장에 들어서는 응시생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SK그룹 인적성 시험장에 들어서는 응시생들. 연합뉴스

이 같은 정부 설명에도 청년 고용 위기는 코로나19 상황만 넘기면 해결되는 일시적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디지털 전환 등으로 구조적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고, 최저임금·52시간제 시행으로 신규 채용 부담이 커지면서 경력 없는 신입 채용 기피 현상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계획이 지난해보다 '축소'한다고 답한 응답이 65.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채용은 28.5%, '확대'는 6.2% 불과했다.

 
특히 주요 대기업은 신입 채용보다 수시·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현대는 2019년부터 LG와 KT는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SK는 22년부터 수시채용으로 바꿀 예정이다. 삼성과 롯데만 아직 정기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부도 이같은 수시·경력직 채용확대 추세에 맞춰 채용동향을 따로 조사해 청년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제도 등에서 경직성이 유지되면 기업들은 경제적 부담이 큰 신입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에 임금과 인사평가 등 보다 많은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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