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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땅 묶어놓고 이제와서…” 천지원전 지정철회 후폭풍

중앙일보 2021.03.03 00:03 18면
지난달 23일 경북 영덕군청에서 이희진 영덕 군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영덕군]

지난달 23일 경북 영덕군청에서 이희진 영덕 군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영덕군]

“멀쩡한 개인 소유 토지에 대해 개발을 금지한 채 10년을 묶어뒀다가 이제와서 없던 일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예정 부지 소유주 반발, 소송까지
영덕군 “철회 피해액만 3조7000억”
지역개발에 사용한 지원금도 갈등
토지보상·새사업 담은 특별법 요청

정부가 천지원자력발전소(이하 천지원전)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예고하자, 경북 영덕군 원전 예정부지 지주들에게서 쏟아져 나온 불만이다. 이들은 재산권을 침해 받았다며 법적 소송에도 뛰어들었다. 지주뿐 아니라 영덕군 또한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리 일대 324만여㎡를 1500㎿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2012년 9월 고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언한 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천지 1·2호기 등 총 4기 원전 건설 백지화를 의결하고 2018년 7월 3일 산업부에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신청했다. 이에 따른 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 결정이 임박하면서 반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천지원전 예정부지 지주들로 이뤄진 천지원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서류 2건을 전달했다. ‘천지원전 고시지역해제 관련동향 및 국민의힘 제언사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냈던 천지원전 관련 내용증명 서류다. 서류에는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제한에 대한 직접 이해당사자인 편입토지 지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행정은 지주와 거주 주민을 분리·와해하려는 저열한 기만책’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조혜선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 공론화 없이 진행된 국책사업의 처참한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달 23일 이희진 영덕군수도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피해가 3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3조7000억원의 경제 피해는 신규원전 2기 건설에 따른 각종 기본 지원금과 영덕에 원전이 들어오면서 생길 경제적 파급효과, 일자리 등 각종 고용 효과를 60년 치로 추산한 금액이다.
 
피해 보상 요구안도 내놨다. 우선 원전신청에 따른 특별지원금 문제다. 2014년 영덕군은 천지원전 건설을 신청하는 조건으로 당시 산업부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원전신청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받았다. 그러다 2018년 정부가 갑자기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특별지원금 집행 보류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이 때 발생했다. 이 사이 영덕군은 철도용지 매입, 체육센터 건립 등 지역 발전 사업비로 293억원을 사용한 상태였다. 지방채 등을 발행해 특별지원금을 미리 군비로 당겨 쓰는 방식으로다. 이 군수는 기자회견에서 “원전 해제는 영덕군의 의지가 아닌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다. 380억원은 원전 신청에 따른 지원금으로 온전히 영덕군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금은 사업이 중단되면 반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2018년 특별지원금 집행 보류 통보 당시 정부에서도 영덕군이 지역발전 사업 등에 특별지원금 상당 부분을 당겨 사용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수 보류’ 상태로 결정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천지원전 예정구역 전체 부지 가운데 보상이 이뤄진 곳은 18.5% 정도. 나머지 80% 이상은 미보상 상태다. 지주들은 원전 건설을 믿고 토지 보상을 기다려왔다.
 
이 군수는 “미보상 토지 소유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들 지주는 원전이 들어올 것만 믿고 계속 기다려왔다”고 강조했다.
 
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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