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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큰’ 신입생도 ‘확 찐’ 재학생도…새학기 교복은행 인기

중앙일보 2021.03.03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신학기와 함께 중고 교복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학부모 요청이 늘고 있다. 예약제로 전환해 지난 달 15일 문을 연 송파구 나눔교복 매장. [사진 송파구]

신학기와 함께 중고 교복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학부모 요청이 늘고 있다. 예약제로 전환해 지난 달 15일 문을 연 송파구 나눔교복 매장. [사진 송파구]

“교복 있나요?”
 

졸업생 교복 기증받아 싼값에 판매
매년 열던 봄·가을 대규모 판매 행사
코로나로 취소·연기하자 문의 폭주
인원 제한, 예약제로 일부지역 개장

2일 서울 송파구 문정로에 있는 나눔교복매장. 구청이 운영하는 상설 매장에 중고 교복을 찾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달 15일 문을 다시 열었다. 교복매장 운영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쏟아져서다. 김희정 송파구 환경과 주무관은 “중고 교복을 찾는 전화가 쇄도해 전화 예약제로 전환해 운영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교복은 송파구 내 20개 학교의 중고 교복. 6개 학교와 개인으로부터 기증을 받아 운영한다. 교복 재킷은 5000원, 셔츠나 넥타이 등을 3000원에 팔다보니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탔다. 송파구 관계자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보니 신입생에게는 새 교복을 사주지만 재학생들에겐 큰 사이즈의 중고 교복을 사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도 중고 교복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경기도 구리시와 구리혁신교육공동체에도 요즘 “알뜰 교복은행 행사를 언제 하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구리시의 교복은행 사업을 주관하는 구리혁신교육공동체 오병주 사무국장은 “교복은행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쏟아져 당초 6월로 미뤘던 행사를 이달 10~13일에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복은행은 졸업생들의 교복을 기증받아 신입생이나 재학생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교복 물려주기’ 사업이다. 경기도에서는 시민단체 등이 18곳의 교복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구리시에서 열린 교복은행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사진 구리혁신교육공동체]

지난해 구리시에서 열린 교복은행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사진 구리혁신교육공동체]

업체마다 다르지만 교복 새 재킷 가격은 5만~9만원, 셔츠 2만~5만원, 바지·치마는 5만~8만원, 조끼 3만~4만원 정도다. 반면 교복 은행에서는 재킷 1만원 대, 셔츠·바지·치마 등은 5000원~1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상태가 양호한 교복 위주로 수선과 세탁을 해 판매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오 사무국장은 “올해는 온라인 수업으로 ‘확찐(체중이 늘어난)’ 학생들이 늘어난 탓에 재학생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은행은 대부분 봄·가을 등 새 학기를 앞두고 대대적인 판매 행사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취소·연기하는 곳이 늘면서 교육지원청과 지자체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학부모 김모(49·수원시)씨는 “교복을 매일 빨 수 없으니 셔츠 등 여분 교복이 꼭 필요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같은 학교 학생이 아니면 물려 입을 수도 없어서 학기마다 중고 교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교복은행을 둘러싼 지자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와 성북구, 강남구 등은 기존 진행하던 교복 나눔 행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접기로 했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한 지역의 교복은행에 확진자의 접촉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고심 끝에 문을 연 교복은행 판매 매장엔 손소독제와 신원확인기 등이 들어섰다. 중고 교복을 사기 위해선 QR코드, 발열 확인 등을 거치도록 했다. 교복은 감염 우려로 비닐장갑을 끼고 볼 수 있도록 했다. 출입인원도 15분당 10~20명으로 제한하고, 학교별로 방문 날짜를 지정하는 등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부천YMCA 관계자는 “보유 중인 교복이 4300점인데 이를 전부 홈페이지에 올려 판매하기도 어렵고 대부분의 학부모가 직접 교복을 보고 사는 것을 선호해 이래저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예·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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