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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권 박탈은 법치말살”에 與강경파 “굉장히 무례”

중앙일보 2021.03.02 16:06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설치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개 반발에 침묵했다. 지난해 연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추·윤 갈등’ 국면에서 매일 같이 윤 총장을 비판하던 모습과는 다른 태도다. 윤 총장은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수청 법안을 두고 “법치 말살”, “민주주의의 퇴보”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에선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3월 임시국회와 4차 재난지원금, 미얀마 군부 폭력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25분 동안 차례로 발언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나 검찰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비공개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우리가 특정인을 상대로 개혁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인권을 보장하면서 수사역량도 함께 강화시켜 나갈 선진적인 수사·기소 분리를 통해 사법체계를 개혁한다는 큰 취지에 맞게 임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응은 자제하지만, 입장 변화는 없을 거란 취지였다.
 
앞서 윤 총장은 전날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與 강경파 “윤 총장 자아도취…굉장히 무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12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은 '검찰개혁 시즌 2'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사진 왼쪽부터 같은 당 소속 장경태(사진 왼쪽부터), 김승원, 민형배 의원. 뉴스1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12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은 '검찰개혁 시즌 2'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사진 왼쪽부터 같은 당 소속 장경태(사진 왼쪽부터), 김승원, 민형배 의원. 뉴스1

당 지도부는 일단 ‘로우키’(low-key)로 대응했으나, 민주당에서 ‘검찰개혁 시즌 2’를 추진해 온 의원들 사이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수청 설치법을 처음 발의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이) 마치 형사·사법 정의나 법치질서가 검찰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것처럼 자아도취,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 한 마디 한 마디에 주목하진 않겠다”며 “개혁 대상이 반발한다고 멈칫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사용한 표현을 문제 삼은 의원도 있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도 지금은 정부의 일원”이라며 “어떻게 ‘법치주의 말살’ 같은 표현이 현직 검찰총장 입에서 나올 수 있냐. 굉장히 무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신년 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도 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하는 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검찰의 반대는 예견됐던 일”이란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검찰이야 당연히 자기 권한을 줄이려 하는 건데, 찬성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검찰개혁 특위에서 남은 쟁점을 정리하고, 당내 의견 수렴과 여당으로써 당정 협의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는 검찰에 남아있던 이른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법무부 산하 신설 조직인 중수청으로 넘기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조만간 특위에서 남아있는 쟁점을 해소한 뒤, 의원총회 등을 거쳐 특위 차원의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은 건 아니지만, 당내에선 ‘3월 발의, 6월 본회의 처리’ 관측이 유력하다. 최근 민주당은 지지층 균열이 생길 때마다 검찰 개혁 이슈를 던지며 지지층을 재결집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때는 공수처법에 속도를 냈고,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격화되자 ‘검찰개혁 시즌 2’ 논의를 개시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지지층 요구가 높은 사안”이라며 “윤 총장이 저렇게까지 나선 상황이라 외려 가속이 붙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당내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속도가 빠른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또 다른 다선 의원은 “민생 회복에 전력을 다해도 부족한 시점에 또다시 검찰개혁을 둘러싼 늪에 빠지는 게 옳으냐”고 했다. 한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은 “검찰 말살 같은 표현은 좀 과했으나, 반부패 수사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단 우려에는 고민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특위 회의는 오는 4일 오전 다시 열린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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