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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도전장 낸 롯데·신세계·현대백…반격 카드 통할까?

중앙일보 2021.03.02 15:47
롯데가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이끌던 수장을 1년 만에 교체했다. 롯데는 지난 1일 자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을 ‘자문’역에 발령내 사실상 현역에서 퇴장시켰다. 롯데온은 '신동빈의 야심작'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4월 출범했다. '롯데' 이름이 달린 7개 쇼핑몰을 롯데온으로 한데 묶고 전 계열사의 역량을 몰아줬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액은 약 7조6000억원에 그쳤다. 7개 쇼핑몰의 2019년 거래액(7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약 21조7000억원·추정치)에 비하면 35% 선에 불과하다.    
 

언더독(Under dog) 된 오프라인 업체들, 이커머스 중간 성적은

네이버·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전통의 유통 3사 간 격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유통 3사는 온라인 거래액이 3조~7조 원대여서 이미 20조 원대를 기록 중인 네이버·쿠팡 앞에선 몸집 작은 도전자일 뿐이다. 일단 온라인 공략을 시작한 유통 3사의 상황과 전략은 제각각이다. 
 
지난해 4월 롯데온 출범 당시의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4월 롯데온 출범 당시의 모습. [중앙포토]

롯데온은 1년도 안 돼 수장 교체 

우선 롯데는 롯데온의 부진에 ‘읍참마속’ 격으로 경영진 교체라는 강수를 뽑아 들었다. 롯데 관계자는 2일 "조 사업부장 외에 임원 두 사람까지 롯데온의 주요 임원 세 사람이 갑자기 물러났다"며 "내부 충격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조 사업부장은 롯데쇼핑에서 적장자로 꼽히는 마케팅실 출신의 핵심 인사였기에 충격이 더 크다는 전언이다. 
 
롯데온은 당분간 롯데지주의 이훈기 경영전략실장(부사장)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조만간 외부에서 사업부장을 수혈할 방침이다. 하지만 롯데온이 수장을 급히 영입해도 상황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롯데온의 실적 자체가 워낙 불안정하고 외부 인사가 보수적인 롯데쇼핑 조직 문화를 일거에 혁신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롯데온은 현재 올해 거래액 규모 등 구체적인 경영 목표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쓱 닷컴 선방?…올해가 진짜 시험대 

신세계는 일단 밖으로는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의 이마트와 온라인 중심의 SSG닷컴을 이끄는 강희석 대표는 “(쿠팡의 상장 추진 등) 우리가 예상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다급한 행보가 보인다.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9236억원으로 아직 4조원 대에 이르지 못한다. 20조원 대를 넘어선 네이버나 쿠팡에 비해도 작고, 부진하다는 롯데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 
 
또 지난해 실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마트 영업이익(별도기준)은 2950억원으로 과거의 70% 선에 머문다. 더군다나 이는 서울 강서구 마곡 부지 매각과 전문점을 비롯한 적자 사업부문 정리 덕분이라 순수한 영업이익으로 보기 힘든 점도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올해 온·오프 사업에 5600억원을 투입해 경쟁력을 한층 더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SSG닷컴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지만 이커머스 시장에 만족할 만큼 뿌리내리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 돈 나가는 부문은 많이 정리했고 돈을 벌어야 하는 올해가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 
업체별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체별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백화점·전문몰 강화…외연 확장 숙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은 3조5000억원 선이다. 백화점과 홈쇼핑,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에서 약 3조원을, 리바트와 한섬 중심의 리빙 분야에서 약 5000억원을 각각 기록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공략에 신중하다. 무리한 온라인 확장보다 백화점 중심의 오프라인 강화 전략 쪽에 가깝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평소 "(온라인몰에서) 가격을 앞세운 트래픽 확대보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며 "온라인몰도 상품과 서비스 중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은 종합몰을 운영하는 롯데나 신세계,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백화점, 패션, 리빙(가구) 등 품목별로 전문몰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에도 아마존 같은 전업 이커머스 업체 점유율은 50% 정도고, 나머지 50%는 애플 등 전문몰이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 측은 역설적으로 온라인에 투입할 자금력이 약하다 보니 실속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마트나 편의점, 백화점 등의 유통 채널을 가진 롯데나 신세계보다 백화점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유지하며 다른 방향의 온라인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패션이나 리빙 등 전문몰의 확장성이 종합몰보다 크지 않고, 백화점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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