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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구독’ 협업으로 코로나 위기 넘긴 반찬 가게 상인

중앙일보 2021.03.02 15:00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5)

구독경제의 발전이 밝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구독서비스의 ‘록인(lock-in)’ 효과로 인해 일부 기업이 구독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 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거나 점유율을 높이기란 매우 어렵다. 구독서비스 기업도 규모의 경제가 똑같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다. 록인 효과란 고객이 이미 특정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하여 다른 제품 및 서비스의 선택이 제한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위기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수많은 경제 위기는 외환·금융 등에서 시작되어 시간이 흐른 뒤에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시작한 경제 위기는 실물경제가 바로 침체에 들어가는 초유의 현상이 벌어졌다. 몸 구석구석으로 피가 돌아야 하는데 아무리 새로운 혈액을 공급해도 말초혈관을 타고 돌지 못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여 지속해서 구독료가 들어오는 구독경제를 통해 혈액(돈)이 지속해서 말초혈관(소상공인·자영업자)에 돌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스타트업이 구독경제를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업(team up)'과 '참여형 구독서비스플랫폼'이 필요하다. 위기는 곧 기회일 수도 있다. 구독경제는 신뢰 자본과 일정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게 사실이기 때문에 소상공인, 스타트업, 자영업자가 독자적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업종별, 지역별 등으로 팀업이 필요하다.
 
소상공인 구독경제는 업종별, 지역별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지역별 소상공인 구독경제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 마케팅 회사의 성공 사례

요즘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점포는 방문객이 늘어났다. 업종마다 빈도는 다르지만, 구독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가게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방문객이 찾는 경우도 있다. [사진 pxhere]

요즘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점포는 방문객이 늘어났다. 업종마다 빈도는 다르지만, 구독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가게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방문객이 찾는 경우도 있다. [사진 pxhere]

 
일본에서는 음식점 마케팅 지원 회사가 도쿄 신주쿠의 한 지역에서 가맹점으로 가입한 모든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2020년 9월에 시작했다. 한 가지 브랜드에서 구독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상업시설 단위로 구독서비스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이다.
 
이 구독서비스는 웹사이트나 앱에서 월 500엔의 ‘드링크패스’를 사면 해당 건물에 있는 가게를 방문했을 때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다. 드링크패스는 낮에는 카페에서 음료 한잔을 무료로 마시고, 밤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식당에서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음료 무료 구독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요즘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점포는 방문객이 늘어났다. 이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가게의 평균 내점 빈도는 월 3.2~22회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업종마다 빈도는 다르지만, 구독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가게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방문객이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독자의 경우 지불하는 금액이 적어지다 보니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고 음식을 많이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구독서비스 도입 가게는 마케팅 지원 회사의 정보를 토대로 디지털로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 구독자에게 인기가 높은 점포나 이용이 적은 점포를 파악하게 되면 음식점 마케팅 회사로선 가게에 대해 적절한 컨설팅과 지원도 용이하다.
 
이러한 구독서비스를 시행한 마케팅 지원 회사는 다른 지역의 상업시설에서 구독서비스를 도입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오고 있으며, 심지어 지역 단위를 통째로 진행하자는 계획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구독경제로 위기관리

실제로 시장에서 상인들이 구독서비스를 도입하여 작은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서울시 강동구 고분다리 시장에서 솔떡방, 숙이네반찬, 두부명가, 고기나라 등 5개 소상공인이 모인 ‘시장이반찬 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는 도시락과 반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헌영 ‘시장이반찬 협동조합’ 조합장은 “코로나19 이후 힘들어서 상인의 고민이 컸는데, 시장 상인끼리 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매출이 많이 올랐다”며 “특히 시장에서 도시락 및 반찬에 들어가는 신선식품 등을 조합가게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도시락 및 반찬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구독서비스에 적합한 홈페이지 및 정기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편리하게 구독할 수 있다. [사진 pxhere]

구독서비스에 적합한 홈페이지 및 정기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편리하게 구독할 수 있다. [사진 pxhere]

 
이 조합장은 “다만 지금은 전화로 도시락 및 반찬을 구독하고 있고, 소상공인은 편리한 결재 시스템은 커녕 홈페이지를 만들 여력도 없다”며 “우리의 구독상품(도시락, 반찬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간단한 홈페이지 또는 결재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이 많다. 우리 같은 모델로 시장마다 이런 협업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독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홈페이지조차 없어 주변에서 블로그에 홍보해준 글을 보고 고객이 전화해서 도시락 및 반찬을 구독 신청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구독서비스에 적합한 홈페이지 및 정기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 역시 편리하게 구독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주변 지역 상인들이 팀업을 한다거나,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소상공인 구독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줘야 한다. 구축 및 운영 비용은 구독서비스로 인한 원가절감 및 매출 증대 등으로 인한 추가 수익으로 운영하면 된다.
 
지역 또는 업종별로 구독경제 플랫폼을 구축하면 전화 상담이나 온라인 채팅 서비스 등의 고객 AS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구독자(소비자)는 더 편리한 소비가 가능해지고, 소상공인은 플랫폼 구축과 운용 비용을 여러 사람이 분담해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구독경제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안정적인 수익원과 예측할 수 있는 미래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골목상권과 우리 이웃을 지킬 수 있다.
 
이런 경우 참여형 구독서비스 플랫폼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구축해 공동으로 배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아니면 관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하여 유통망과 배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결제방식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소상공인 개인이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 또는 관련 기업과 협업을 진행한다면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분담해 진행할 수 있다.
 
구독자는 더 좋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날 기회가 생기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2023년 75%가 구독서비스 제공

2023년이 되면 회사들의 75%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리라는 전망이다.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생태계는 소멸의 단계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사진 pixabay]

2023년이 되면 회사들의 75%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리라는 전망이다.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생태계는 소멸의 단계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사진 pixabay]

 
회사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팀과 조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일에만 전념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흩어져 있다. 당장 하루하루 버티기도 버겁다. 여기에 홈페이지,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유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해도 분석하거나 사용할 여력이 없다.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도록 모아주고, 안정적인 수익이 날 수 있게 구독해주며, 각종 시스템 구축 등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다.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회사들의 75%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몇 년 후에는 구독이 어려운 분야를 빼고는 대부분 구독경제가 적용될 것이다. 그로 인한 록인 효과로 인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생태계는 소멸의 단계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지금이 바로 상생 경제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죽어가는 우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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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필진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 경제칼럼니스트로 미래의 다양한 인사이트와 혁신을 추구한다. 소유와 명함에 연연하며 세상에 갇힌 삶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구독할 수 있도록, 'No.1'아니라 'Only 1’의 꿈과 가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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