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팬데믹 후폭풍…“10명 중 한 명은 10년내 직업 바꿔야”

중앙일보 2021.03.02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 업종이 침체하면서 일자리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의 임대주택 건물에 ‘일자리가 없으면 월세도 없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 업종이 침체하면서 일자리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의 임대주택 건물에 ‘일자리가 없으면 월세도 없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을 포함한 선진 5개국에서 근로자 열 명 중 한 명꼴로 10년 안에 직업을 바꿔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최근 펴낸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란 제목의 보고서다.
 

맥킨지 ‘코로나 이후 일자리’ 보고서
미국·독일·중국·일본 등 8국 분석
재택근무·온라인거래·AI 늘어
대면서비스·요식업 일자리 급감
2030년까지 1억명 구직 전선에
“더 복잡한 업무 능력 갖출 준비를”

이 보고서는 선진 7개국(G7) 중 다섯 나라(미국·독일·영국·프랑스·일본)와 중국·인도·스페인 등 8개국에서 800개 직종의 2000개 직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고용의 구조와 일자리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8개국에서 1억600만 명의 근로자가 직업 전환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12% 늘어난 규모다. 현재 일자리가 사라져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2030년까지 직업전환 위기에 놓일 근로자 수

2030년까지 직업전환 위기에 놓일 근로자 수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1700만 명이 직업 전환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전체 노동 인구의 10.1%다. 중국에선 5400만 명(7.3%), 인도에선 1800만 명(3.4%)이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보고서는 ▶일본 600만 명(9.1%) ▶독일 400만 명(9.2%) ▶영국 300만 명(8.1%) ▶프랑스 200만 명(8.8%) ▶스페인 200만 명(8.3%)도 직업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 사라지는 일자리는 주로 도소매·숙박 같은 대면 서비스업과 요식업 등이다. 저학력·저연령층과 여성, 소수 인종 같은 사회적 약자가 많이 종사하는 분야다. 이른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과 헬스케어 분야의 고임금 일자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맥킨지는 예상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파트너인 아누 마드가브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근로자들의 직업 전환 횟수를 많아지게 하고 ‘리스킬링’(신기술 습득)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특히 고용 취약 계층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직업전환이 필요한 근로자 비중

2030년까지 직업전환이 필요한 근로자 비중

맥킨지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충격의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앞으로 선진국 근로자의 20~25%는 주 3~5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원격회의가 활성화하면서 업무 출장은 20%가량 줄어든다. 주요 다국적 기업의 도심 사무실은 30%가량 축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변화는 도심 상점·호텔·식당 등에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
 
둘째로 온라인 쇼핑과 거래의 성장은 저소득 일자리가 많은 오프라인 소매 매장을 위축시킨다. 대신 배달 서비스와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배달원·택배기사와 차량 공유서비스 운전자 같은 ‘긱워커’는 늘고 있다. 긱워커는 온라인 플랫폼과 1인 계약을 맺고 일감을 받는 단기 비정규직 근로자를 가리킨다. 이런 사람들은 고용과 수입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근로자로서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온라인 학습과 원격의료 같은 디지털 서비스가 활성화하는 것도 오프라인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이다.
 
셋째로 업무 자동화 기기의 보급과 인공지능(AI)의 적용은 더욱 빨라진다. 이미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일부 매장에선 고객들이 기계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고 있다. 일부 병원·호텔에선 로봇이 돌아다니며 물품을 전달한다. 2030년까지 현장 고객 응대업에선 실직 위기의 근로자가 코로나19 이전보다 7%포인트 늘어난다고 맥킨지는 분석했다. 단순 사무직(3%포인트 증가)과 레저·여행업(3%포인트 증가), 내부 생산과 창고 업무(2%포인트 증가) 등에서도 직업 전환 압박이 커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31만3000명)과 도·소매업(-19만7000명) 등에선 일자리 감소의 충격이 두드러졌다. 일용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7만 명(12.1%) 줄었다.
 
한국은행의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산업용 로봇 적용률은 다른 주요국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늘어나면 생산성은 좋아질 수 있지만 고용과 임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의 전반적인 고용 여건이 맥킨지의 분석과 비슷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타격을 줬다. 이것이 임시·일용 근로자를 고용 시장 밖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무인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한국의 고용 창출 여건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잔 룬드 MGI 파트너는 “코로나19는 그간 실직자들에게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했던 저임금 일자리의 수를 줄인다”며 “근로자들은 더 복잡한 능력이 필요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