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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총 맞았어”…미얀마 피의 일요일 사망 10명 더 있다

중앙일보 2021.03.02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진압 군경이 발포하자 일제히 달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군경 발포로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지만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28일 하루에만 12~29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AFP=연합뉴스]

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진압 군경이 발포하자 일제히 달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군경 발포로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지만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28일 하루에만 12~29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AFP=연합뉴스]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군경이 최악의 유혈 진압을 벌인 다음 날인 1일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현지 시민 지도자 에이 틴자르마웅은 페이스북에 “그들은 어제 총격으로 우리를 누르려 했지만, 우리는 오늘도 다시 나온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 니안 윈 셰인은 로이터통신에 “군화 앞에 절대로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 시신 은폐…전국 29명 희생”
9세 소녀, 군이 쏜 새총 맞아 실명
수녀, 군에 무릎 꿇고 비폭력 호소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피의 일요일’로 불린 지난달 28일 미얀마 전역에서 2월 1일 군사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최소 18명, 미얀마 군부는 12명이 숨졌다고 각각 발표했다. 독립 언론사인 ‘버마의 민주 소리(DVB)’는 전국에서 29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까지 확인된 사망자 19명에 미확인 희생자 10명 정도를 합친 숫자다. 현지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 뒤 한 달 동안 민간인 약 30명이 사망하고 1130명 이상이 군경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유혈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줄줄이 올라왔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20대 남성 니니 아웅 텟 나잉(23)을 둘러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페이스북에 “유엔이 행동에 나서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한가”라는 글을 남긴 지 하루 만에 자신이 희생됐다. SNS에는 그가 총에 맞고 쓰러진 직후 휴대전화를 걸어 “엄마 나 총 맞았어”라고 말했다는 목격담도 올라왔다. 독립 통신사 미얀마 나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쓰러진 그의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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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이 민간인 시신을 옮기고 도로의 혈흔을 모래로 덮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지인들은 “군부가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이려고 시신을 숨기고 현장을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들이 시위 시민에게 조준사격을 한 뒤 주먹을 쥐고 기뻐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전해졌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선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30분쯤 한 여성이 길을 지나다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SNS에는 이 여성이 혼자 키우던 아들이 울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앞서 26일 거리에 나와 있던 어린이가 지나가던 군 차량에서 쏜 새총에 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채 우는 사진도 공개됐다. 이곳에서 아홉 살 소녀가 새총에 맞아 실명했다는 소식도 SNS를 통해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인 A씨는 “지난달 15~16일 군경이 고무탄과 새총, 실탄(추정)을 시위대와 상관없는 민가 등을 향해 무차별 발사했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미얀마 나우와 SNS 등은 지난달 20일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에 맞은 코 야자르 아웅(26)이 치료를 받지 못하다 24일 숨졌다고 전했다. 그의 부인과 다섯 살 딸을 비롯한 유족들이 집 안에 영정을 놓고 슬픔에 잠긴 모습이 SNS 라이브방송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북부 카친주에서 한 수녀가 군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폭력을 쓰지 말라고 호소했다. 현지 매체인 카친 웨이브가 사진과 함께 이 소식을 전하자 현지 네티즌들은 “존경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미얀마인 89%가 불교 신자지만 가톨릭 등 기독교 신자도 6.3%에 이른다. 희생자가 늘면서 군부에 대한 시민의 반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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