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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에너지 넘치는 GS칼텍스 만든 차노스

중앙일보 2021.03.01 14:23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뉴스1]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뉴스1]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선수들은 차상현(47) 감독을 '차노스(차상현+타노스)'라 부르곤 한다. 타노스는 영화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빌런(악당)이다. 차 감독 인상이 타노스를 닮기도 했다. 타노스는 어벤저스 영웅들에 혼자서 맞서고,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전우주 인류 절반을 없애기도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다.
 
별명만이 아니라, 강한 인상과 경상도(울산)식 억양, 흥분하면 높아지는 목소리 탓에, 차 감독은 '거칠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오해다. 차 감독은 섬세하다. 선수 시절 레프트 공격수였는데, 공격보다 수비에 강점이 있었다. 취미도 낚시다.
 
차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세터 안혜진은 "감독님을 '저기요'라고 부른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선수들이 장난으로 반말 섞어 말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차 감독은 여고팀을 이끈 경험도 있다. 구단 공식 동영상 계정 조회수(52만) 2위는 강소휘가 경기를 앞두고 차 감독 흰머리를 뽑는 동영상이다. 차 감독은 "일각에서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게 있는 그대로의 우리 팀 모습"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밀당(밀고 당기기)'에도 능숙하다. 칭찬에 인색하다. 꼭 필요할 때만 한다. "차 감독이 활약에 대해 칭찬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선수는 "진짜요"라고 되묻곤 한다. 이소영은 "리시브 잘했다고 생각한 날에도 감독님은 칭찬을 안 하신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한다"고 말했다. 때때로는 질책하는 척하며 귓속말로 격려한다. 2017년 컵대회에선 주축 다수가 빠졌지만 선수들에게 투지를 강조했고, '미친개 배구'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렇다고 GS칼텍스가 '하하호호'만 하는 팀은 아니다. 훈련 강도 세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경기 청평의 체육관에 코트가 2개 있다. 차 감독이 구단에 요청한 건데, 여러 선수가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 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차 감독은 "같은 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남의 집(강남대 체육관)을 빌려쓰던 시절에 비하면 환경이 아주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시절 차 감독은 수비가 좋은 레프트였다. [중앙포토]

경기대 시절 차 감독은 수비가 좋은 레프트였다. [중앙포토]

GS칼텍스가 돋보이는 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를 키우고, 벤치 멤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최근 몇 년간 FA가 된 선수들 중 상당수가 떠났다.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는 19~20시즌 한수지가 유일하다. 과감한 트레이드도 자주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차 감독이 처음 맡은 2016~17시즌 5위였지만 4위, 3위, 2위로 매년 한 계단씩 올라갔다. 이제 남은 건 1위뿐이다.
 
GS칼텍스가 지난달 28일 올 시즌 처음 선두로 올라섰다. 넉 달간 1위였던 흥국생명을 맞대결에서 꺾고 2위로 밀어냈다.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08~09시즌 이후 1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기대한다. 차상현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만든 성과다. 타노스와는 달리, 파괴가 아닌 (팀워크) 창조의 아이콘 차노스다.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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