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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갈수록 부드러워진 대일 메시지…오늘 연설은?

중앙일보 2021.03.01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강경→충돌→유화→혼돈.
 

대통령 발언으로 본 한·일관계 4년
4년전 “위안부 합의 중대한 흠결”
올초엔 “위안부 합의는 공식합의”

일본 자산 매각 않겠다 결단없이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 어려워

문재인 정부 지난 4년의 대일 관계 흐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임기 중 네 번째 3·1절 기념사를 내놓는다. 정부 스스로 못 박은 사법부 판결 존중과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속에 결자해지 차원의 임기 내 한·일 관계 회복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최근 청와대가 다양한 해법을 일본에 제시했지만 결국 일본 정부 및 기업 자산 현금화를 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결단이 없다면 한·일 관계 개선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起)-“가해자가 ‘끝났다’ 안 돼”
 
2017년 7월 출범한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TF는 그해 12월 “합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내용과 절차 모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해당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문대통령대일발언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대통령대일발언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리고 2018년 첫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반인륜적 인권 범죄 행위’로 규정하며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당시 관방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기림의날에 “(위안부 피해는)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깊이 반성할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단언했다.
 
2018년의 마무리는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이었다. 일본 전범 기업들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에 일본은 한·일 협정에 대한 부정이라고 반발했고, 한·일 갈등은 고착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승(承)-“다신 일본에 안 진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로 보복했다. 2019년 7월 반도체 부품 소재 등의 한국 수출을 금지했고, 8월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8월 2일)를 소집해 “다신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다만 직후인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과거 성찰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다소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일(8월 22일)을 1주일 앞두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메시지를 관리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냉담했고,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무반응 등은 꽉 찬 유리잔에 마지막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들어서도 반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기림의날 메시지에서 “정부는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피해자 중심주의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재확인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선 “(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대법 판결의 ‘집행력’을 강조한 것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일본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전(轉)-“외교적 해법 찾는것이 더 우선”
 
기류 변화가 포착된 것은 지난해 말. 11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불과 사흘 간격으로 스가 총리를 만나 협력 메시지를 전했다. 도쿄 올림픽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문제 진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유화 행보였다.
 
하지만 올 1월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다시 고비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화적 메시지를 쏟아내며 상황 관리에 애썼다.  
 
판결에 대해 “곤혹스럽다”고 했고, 줄곧 내용·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해 왔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 합의였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현금화 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며 180도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결(結)-이번 3·1절 메시지는?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파기와 존중을 오가며 사실상 자기부정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며 “관계 개선을 위해선 한국이 한·일 관계 복원을 원한다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은 사법부 판단 존중, 피해자 동의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일본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삼중고를 안고 있다”며 “우선 국내 논의를 통해 자체적인 해법을 도출하고, 이를 일본에 제안하는 식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지혜·정진우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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