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보선 전 내가 사라질 수도" 김종인 묘한 발언의 속내

중앙일보 2021.02.28 15:4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4ㆍ7 재보선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이 발언이 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상황을 보고 (비대위원장을 그만둘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김 위원장은 “서울 후보 단일화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돌발적인 상황이라는 건 나 혼자 생각하는 거고, 정상적으로 갈 거니 너무 관심 갖지 마시라”고만 했었다. 이와 관련해 2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안철수 대표가 최종 단일후보가 될 경우 사라질 수 있다고 한 건가.
“안 후보로 단일화된다고 해서 사라진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됐을 경우를 상정한 건가.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된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다. 연결할 필요 없다.”
어떤 경우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유권자들이 견제하고 심판하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 생각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 어디냐는 걸 생각할 때, 유권자들은 어느 특정인을 놓고 판단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3지대 후보가 되는 걸 상상할 수 없어서, 당연히 우리 당 후보로 단일화돼서 보궐선거를 마칠 수 있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답변은 한마디로 “안철수 개인이 아닌,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견제의 주역”이라는 말로, “사라질 수 있다”는 발언은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제1야당 후보가 야권의 대표주자가 돼야 한다는 당위론과 자신이 이끄는 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못 내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안 후보가 야권 대표주자가 된다는 것은 곧, 현역 의원 102명인 정당이 3명인 정당에 ‘먹히는’ 격이 된다.  

관련기사

이외에도 정치권에선 안철수 후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평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간 김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없다시피하다. “국민의힘을 만만하게 봤다”라거나 “10년 전과 바뀐 게 없다”고 평가절하하곤 했다. 
이런 사정때문에 만에 하나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김 위원장의 활동 공간은 확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이번 김 위원장의 말을 두고 야당 일각에선 "개인적인 퇴로를 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만약 ‘야권 단일 후보 안철수’의 그림이 그려지고,그가 본선에서 이기더라도 김 위원장은 웃기 힘든 상황이다. 영남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 추대 당시 재보궐 선거까지 맡기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겠다던 이가 김 위원장”이라며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선거 전에 직을 던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