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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오갔다"···비트코인 23% 폭락 '공포의 일주일'

중앙일보 2021.02.27 09:00
지난 한 주는 비트코인 투자자에게 공포의 한 주였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2일 개당 5만8332달러(약 6500만원)에서 2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4만4787달러(약 5000만원)대로 떨어졌다. 불과 나흘 만에 23.2%가 빠진 것이다. 주 초반 1조 달러를 훌쩍 넘었던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8321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한 주 사이 1700억 달러(190조원) 이상 증발한 셈이다. 
 
주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도 이번 주 20% 이상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무려 20%나 폭락해 1년 만에 최악의 한 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뉴스1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뉴스1

옐런 한 마디에 가격 추락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것은 무엇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입 때문이었다. 옐런 장관은 지난 22일 뉴욕타임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인 결제 방식이며, 그 거래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은 투기적인 자산이며 종종 불법적 금융 행위에 쓰였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지난 2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가격이 조금 높긴 한 것 같다"고 발언한 데 이어 옐런이 가격 하락세에 제대로 불을 지핀 것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가 뛰는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역사적 저점(0.51%)을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5일(현지시간) 장중 연 1.6%대로 치솟았다.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암호화폐의 성장세도 주식처럼 '돈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채권 금리 상승이 악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가상화폐거래소 루노의 비자이 아이얄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위험자산이 현재 타격을 받고 있다"며 "주가가 하락하고 암호화폐가 뒤따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버블(거품)에 대한 유명 인사의 경고도 잇따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 25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만큼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AP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AP

"주요국 규제 가능성 커진다"

갑작스러운 폭락에 고점에 물린 비트코인 투자자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시장이 24시간 돌아가는 데다 가격 상승이나 하락의 제한 폭도 없어 자칫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서다. 인터넷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며칠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이틀 만에 3000만원 벌었는데, 하루 만에 다 까먹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투자자의 관심은 비트코인 가격의 앞날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이 오를 요인보다 내릴 요인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각국 정부도 옐런 장관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암호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 앞으로 아주 높은 가격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비트코인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고 했다. "아무도 이 유사 자산(pseudo-asset)의 가치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의견과도 같다. 다음 주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까. 투자자의 잠 못 드는 밤은 진행형이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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