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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김치명인 분노 "종주국 지위 잃으면 역사 통째로 뺏기는 것"

중앙일보 2021.02.27 09:00
제1호 김치명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가 24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성식품]

제1호 김치명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가 24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성식품]

“대한민국이 김치 종주국이다. 왜 선포를 못 하나요. 왜 자꾸 남의 나라가 도발할 때 수동적으로만 대응하는 거죠?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 김치를 만든 건 우리라고 대대적으로 선포해야 합니다.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종주국 지위를 잃으면 역사를 통째로 뺏기는 거예요. 아리랑도 그러다가 중국에 뺏긴 거 아닙니까?”
 
국내 첫 김치 명인(농림축산식품부 2007년)이자 식품 명장(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 2012년)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지난 24일 경기도 부천 한성식품 본사에서 만난 그는 김치 종주국 논란 문제가 나오자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 조상이 창조한 김치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선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수출도 더 많이 해야 한다”면서다. “해외에서 먹는 김치에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라고도 했다.
 

“中 파오차이, 日 기무치? 김치와 전혀 달라”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전통김치 80종 외에 각각의 기능성이 있는 퓨전 특허 김치 16종 등 김치 175종을 상품화했다. [사진 한성식품]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전통김치 80종 외에 각각의 기능성이 있는 퓨전 특허 김치 16종 등 김치 175종을 상품화했다. [사진 한성식품]

‘김치에 미친 여자’. 1986년 창업 당시부터 그에게 끊임없이 붙었던 꼬리표다. 김치 공장을 만들 때도, 특허를 내겠다고 할 때도 “김치를 담가 먹지 누가 사 먹느냐” “누구나 다 먹는 김치를 혼자서 특허 내고 먹으려고 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김치 명인과 식품 명장도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십수 년 도전한 끝에 거머쥔 타이틀이다.
 
김치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김치를 중국의 파오차이(泡菜)나 일본의 기무치(キムチ)와 비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는 “파오차이는 야채를 절여 스팀으로 익히니 시간이 많이 지나도 상하질 않고, 일본의 기무치는 겉절이로 무쳐서 독한 소독약에 담갔다가 인공 유산균을 뿌리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썩는다”고 설명했다. “익힌 파오차이와 생 기무치는 한국의 발효 숙성 김치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창업 직후 고급 호텔에 김치를 공급했다. “최고급 호텔이 내 김치의 격에 맞다”는 자부심에서다. 특히 외국인에게 한국 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통로이기도 했다. 86아시안게임에 김치를 공급한 것도 호텔에서 그의 김치를 우연히 맛본 조직위원회 측이 먼저 요청해 이뤄졌다. 이후 88 서울올림픽, 2002 부산아시안게임,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 2018 평창올림픽 등 국제행사엔 빠짐없이 그의 김치가 등장했다.
 
모두의 입에 맞는 김치는 어떤 맛일까. 김 대표는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표준화된 ‘서울과 경기 중부 지역 맛’을 찾았다. 특허도 받았다. 이후 외국인도 함께 먹을 김치를 개발해 지금까지 해외 한 건을 포함해 총 28건의 특허를 따냈다. 전통김치 80종 외에 각각의 기능성을 가진 퓨전 특허 김치 16종 등 김치 175종을 상품화했다.
 

“어디서든 제값 받는 한국 김치 자존심 지켜야”

24일 경기도 부천시 본사의 김치연구소를 소개하는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사진 한성식품]

24일 경기도 부천시 본사의 김치연구소를 소개하는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사진 한성식품]

김치 수출에는 뒤늦게 뛰어들었다. 창업 초기 수출을 했지만 혼자서 사업을 하다 보니 내수 주문을 받기도 빠듯해 중단했다. 그러다 2005년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는 이른바 김치 파동을 계기로 2007년 다시 수출에 나섰다. 다른 기업이 진출하지 않았던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28개국으로 김치를 수출한다. 대만 수출액은 2017년 대비 33%가량 늘었고, 2019년 말 진출한 호주에선 김치 구매자의 99%가 현지인이다. 수출을 위해 비건 김치도 개발했다.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홍콩 등 해외 식품박람회에 이어 2019년엔 영국 런던 식음료 전시회, 프랑스 파리 K-푸드 박람회 등에 참여했다. 그는 “어린이와 외국인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줘야 관심과 애착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정선에 ‘김순자 명인 김치 테마파크’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론 공장에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기업 간 상거래(B2B)시장이 위축된 만큼 성장한 소비자(B2C) 시장을 확대하고, 생산 물량이 부족해 받지 못했던 국내외 거래처를 더 늘리기 위해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도 이 한 마디를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김치가 가장 뛰어나다는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종주국 선언을 통해 어디서든 제값 받는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지켜야 합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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