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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지만 맞고 나니 홀가분”…“혈압 오르고 두통” 호소도

중앙선데이 2021.02.27 01:04 725호 4면 지면보기

백신 접종 스타트

서울시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위해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했다. [사진 강남구청]

서울시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위해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했다. [사진 강남구청]

26일 오전 8시38분 서울 도봉구보건소.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 대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날 예약자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까지 마친 후 대기실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접종실 안에는 접수-예진-접종-이상반응 관찰 동선이 오른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짜였다. 첫 접종자인 김정옥(54) 노아재활요양원 원장이 신분증을 보여주고 접수를 마쳤다. 이후 예진실로 이동하자 의료진이 접종 의향을 묻고 혈압, 알레르기 경험 등을 점검했다. 김 원장이 접종실로 이동하자 의료진이 어깨에 접종했다. 접종 시간은 7~8초 정도다. 의료진은 “과격한 운동과 목욕을 삼가는 게 좋다”는 안내와 함께 접종확인서를 건넸다. 오전 9시 22분쯤 김 원장이 울렁거림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맥박과 혈압을 체크했다. 의료진은 “긴장하면 과호흡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 원장은 “어제 긴장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잠시 울렁거렸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확진자가 4분의 1로 줄었고, 이스라엘은 4월부터 마스크를 벗는다고 하더라”며 “기대가 크다. 믿고 접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벗는 날 기대감 크다”
일부 어지러움 등 부작용 발생

문 대통령 “대통령은 언제 맞나”
정은경 “순서 좀 늦게 오시기를”

세계서 105번째, OECD 중 꼴찌
이스라엘, 국민 53% 1회 이상 접종

◆일부선 부작용 호소도=백신 접종 첫날부터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는 접종자들이 많았다. 이날 백신은 맞은 사회복지사 박모(36)씨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일부러 잠을 많이 자고 나왔다”며 “주변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오히려 백신을 더 빨리 맞고 싶었던 입장이라 기분 좋은 심정으로 왔다”고 말했다. 선택권이 없었던 점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요양보호사 김모(59)씨는 “사실 마음 같아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고 싶었는데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며 “백신을 맞으면서 불안하긴 했지만, 막상 맞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일부 요양시설 관계자 사이에선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먼저 맞았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순영 인천 하나요양원 대표는 “가족을 못 만난 지 1년이 넘은 어르신들이 ‘왜 나는 못 맞냐’고 되묻는다”며 “어차피 종사자들이 먼저 맞아도 어르신들이 다 맞을 때까지는 면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같이 맞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북 포항에서 이날 오후 1시쯤 백신을 맞은 50대 여성이 30분 이상 혈압이 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운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병원에서 두통약을 처방받은 뒤 오후 2시 30분께 퇴원했다. 인천에서도 이날 오전 10시쯤 주사를 맞은 간호사 2명이 오후 2시쯤 숨이 차고 혈압이 상승하는 증상을 보여 종합병원으로 후송됐다.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고 밝힌 이들은 수액주사를 맞고 회복해 근무지로 복귀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접종한 1만6000여 명 가운데 중증 이상 상태를 보인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김윤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 원장의 백신 접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김윤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 원장의 백신 접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시스]

◆“대통령은 좀 늦게… ” 논란=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이날 서울 마포구 보건소 백신 접종 현장에서 한 말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 청장에게 “대통령은 언제 맞지요”라고 물었다.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문제의 발언은 이 다음에 나왔다. 정 청장은 “순서가 좀 늦게 오시기를…”이라고 답했다. 특유의 과묵한 스타일답게 답변이 짧았다. 정 청장의 말은 ‘대통령이 좀 늦게 맞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늦게 맞으면 효과 논란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이달 말에 화이자 백신 50만명분이 들어온다. 아니면 3월 말 미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고, 거기서 65세 이상에게 맞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 다음 접종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 측은 정 청장의 답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백신 접종의 불안감이 더 퍼지게 되면 대통령이 솔선해서 일찍 맞아야 할지 모른다”며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 대통령이 접종순서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맞게 된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접종률이 높게 유지되길 기대하는 의미에서 나온 답변”이라며 “접종률이 낮아지면 정부 인사나 유명인이 접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접종계획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4월 이후부터 접종한다. 문 대통령은 68세라서 여기에 해당한다.
 
◆OECD 국가 중 마지막 스타트=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05번째로 백신 접종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회원국 중에선 출발이 가장 늦었다. 접종률로 보면 이스라엘이 전체 인구의 53.1%가 1회 이상 접종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어 세이셸 48%, 아랍에미리트(UAE) 35.2% 순이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의 비율도 37.1%로 가장 높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13.5%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 수는 6646만명으로 가장 많다. 미국은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취임 후 100일 내 1억회 접종을 공언했는데, 37일째인 25일(현지시간) 5000만회를 넘겼다. 출발이 앞섰던 나라들은 백신 접종의 목표인 ‘집단 면역’에도 앞서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완료할 국가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꼽았다. 이들 국가는 늦어도 올해 후반에는 접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어 2022년 중반에는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호주·러시아 등이, 후반에는 중국·인도 등에서 완료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성식·이에스더·이민정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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