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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같이 본 하늘”…사진에 담은 송영숙 회장 ‘사부곡’

중앙선데이 2021.02.27 00:52 725호 13면 지면보기
‘Another... Meditation 4’(2019) [사진 송영숙]

‘Another... Meditation 4’(2019) [사진 송영숙]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남편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전 한미약품 회장의 별세 이후 첫 생일(3월 1일)을 맞아 추모 사진전을 열고 있다. 지난 17일 개막해 오는 3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파크갤러리에서 이어질 예정인 ‘어나더 메디테이션(Another...  Meditation)’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다.
 

고 임성기 전 회장 추모전 열어
“경영도 예술, 문화와 융합할 것”

1948년생인 송 회장은 69년 개인전 ‘남매전’으로 등단한 후 50년 넘게 활동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2002년 국내 첫 사진미술관을 설립하고 2006년부터는 ‘한미사진예술상’을 제정해 해마다 사진작가들을 후원하면서 국내 사진계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회장 취임 후 첫 개인전이다. 추모전이라지만 전시 사진에는 인물 대신 하늘과 구름만 등장한다. 2년여 동안 계절·시간·날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표정을 짓는 하늘과 구름을 집중적으로 찍은 사진을 출품했다. 별도의 보정 없이 그가 마주한 자연의 생생한 표정만을 담았다.
 
송영숙

송영숙

이에 대해 송 회장은 “2019년 이탈리아 베니스를 여행할 때 남편과 같이 본 하늘, 지난해 남편을 간병하면서 함께 병실 창문으로 본 하늘, 지난해 남편 별세 후 장례 절차가 끝나고 봉안당으로 갈 때 봤던 하늘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2년여 간 틈틈이 찍은 사진들을 보며 남편과 함께했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며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테지만 저는 이런 식으로 추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으로 표현한 사부곡인 셈이다.
 
송 회장은 임 전 회장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베니스 여행 때 그가 배 안에서 몸을 내밀어 하늘 사진을 찍자, 임 전 회장은 아내가 물에 빠질까봐 뒤에서 그의 코트 뒷자락을 잡아줬다고 한다. 또 병실에서 그가 찍은 하늘 사진을 함께 보면서 “당신이 찍으니 (사진이) 색다르고 좋다”며 송 회장을 응원했다고 한다.
 
작가로서 송 회장의 사진은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했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제리 율스만(86)은 “송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자연과 교감하면서 깊은 사색의 장으로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며 “그는 폭넓은 감성을 시적 이미지로 풀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송 회장은 1996년 중국 북경한미약품 설립 당시 한·중 양국의 정치·문화적 차이로 발생한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 전 회장과 국내 공장·연구소 설립과 확대, 주요 투자사항 등을 논의하면서 그룹이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2017년 한미약품 고문을 맡으면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담당하기도 했던 송 회장은 지난해 8월 임 전 회장 별세 후 그룹 안팎의 추대로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한미약품그룹은 1조759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아모잘탄패틸리’ ‘로수젯’ 등 제품으로 3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달성했고, 미국 제약사 MSD와 1조원대 비알코올성지방간(NASH) 신약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송 회장은 “경영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문화와 융합해 전 세계와 교감하는 기업을 만들고, 해외 협력사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증진 등으로 제약강국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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