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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曰] ‘기본’ 공화국 끝은 어딘가

중앙선데이 2021.02.27 00:28 725호 30면 지면보기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기본소득, 기본대출에 이어 이번엔 기본주택 공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5일 “경기도 기본주택은 왜곡된 주택시장에서 공포 수요를 없애는 주택문제 해결의 길”이라고 말했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개회사 발언이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이어 기본주택…
다들 주머니 털릴 각오 단단히 해야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이날 무주택자에게 30년 이상 장기임대형 기본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소득과 자산·나이 등과 상관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이번 법안은 이 지사가 꾸준히 주장해 온 기본주택의 실현을 위한 최초의 법률적 기초”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이 지사는 그동안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적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본대출을 주도해 왔다. ‘기본시리즈’가 내년 대선의 핵심 공방거리가 될 거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앞으로 기본위로금, 기본지원금, 기본등록금, 기본의복비, 기본교통비, 기본통신비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기본시리즈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선거 국면에서 ‘기본’을 둘러싼 논쟁은 뜨거워지겠지만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닌데 누가 ‘기본’을 마다하겠나.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소득 지원’에 힘입어 단독 과반수를 달성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서울시 주민투표에선 이번에 야당 국민의힘 후보로 다시 서울시장직에 도전하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참패한 기억이 생생하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소득과 관계없이 혜택을 주는 ‘보편복지 기본시리즈’는 좌파가 아닌 우파가 선호하는 발상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선 진영에 관계없이 소득에 따른 차등복지보다는 더 많은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보편복지가 더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자는 차원에서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은 언제부턴가 빠르게 ‘기본공화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민이 모두 안정적으로 잘살게 해 주겠다는데 누가 ‘공짜 포퓰리즘’에 반대하랴.
 
문제는 예산이고 재원이다. 보편증세 없이 엄청나게 불어날 기본시리즈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현 정부 들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여권이 급조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엔 많게는 28조6000억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현 정권이 야당 시절 그토록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의 22조원보다 더 많다.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자영업자 손실보상제가 법제화될 경우 국가 채무가 올해 1000조원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는 얼마나 많은 ‘n차’지원금이 추가로 나가고 지역별로 얼마나 많은 가덕도 공항류의 공약이 터져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들어 여권에선 증세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지사도 “증세를 통해 복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대가로 현재의 달콤한 권력을 누리는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우리 국민은 이래저래 힘들게 됐다. 기본이 안 된 정치권이 앞다퉈 기본시리즈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래서야 나라의 기본이 제대로 서겠는가. 다들 주머니 털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경환 총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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