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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백신을 맞으면 죽는다고?

중앙선데이 2021.02.27 00:26 725호 31면 지면보기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지난 25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백신을 맞으면 죽는다’는 등의 허위 내용이 담긴 전단을 길거리에 붙인 60대 여성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여성은 교회에서 받은 전단 33장을 버스정류장과 전봇대 등에 붙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백신 거부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존재를 부정하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라고 선동한 의사 아리에 아브니의 면허를 취소했다. 그는 백신 접종 주체들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체 실험을 했던 의사 요제프 멩겔레에 비유하기도 했다.
 

접종 후 65세 이상 입원 80% 줄어
과학적 근거 없는 불신 떨쳐내야

26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일부의 불신은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말 화이자·모더나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것을 야당이 비판하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신 추정 주사를 국민에게 주입하자니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거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앞둔 최근에는 “백신은 과학”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는 것을 놓고도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이냐”(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이 대통령을 위한 백신 기미 상궁, 백신 마루타냐”(김웅 국민의힘 의원)고 맞섰다. 이 같은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적으로 이런 불신의 근거는 거의 없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스코틀랜드에서 백신을 1회 접종한 114만 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란셋’에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율은 접종 후 7~13일에는 비접종군에 비해 47%, 28~34일에는 84% 줄었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최대 85%,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최대 94%의 효과를 보였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입원 예방 효과가 80% 안팎으로 나왔다. 고령층의 75%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전 세계 69개국에서 접종하고 있으며 효과는 95% 수준이다. 56개국에서 접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82%, 41개국에서 접종하는 모더나는 94%의 효과를 보인다. 이미 전 세계에서 2억회분이 넘는 백신이 접종됐지만 부작용 사례가 극히 적고, 대부분 경미한 증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이 예방 효과, 중증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스코틀랜드 연구에서 확인됐다”며 “백신 관련 논란을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백신 거부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백신을 거부하면 356달러(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현지 직장인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스라엘에서는 접종 확인서인 ‘그린 패스포트’ 없이는 호텔과 스포츠시설 등에 출입하지 못한다. 브라질에서는 백신을 거부한 사람에 대해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국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신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는 희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로드맵을 발표하자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의 항공권 예약이 337% 급증했다. 스페인 말라가, 그리스 크레타 등의 인기 휴양지로 떠나는 휴일 패키지 항공권 판매는 630% 늘었다. 다시 편안하게 식당과 카페에서 사람을 만나고,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백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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