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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절반 코스피 수익률 밑돌고 수수료 미국 3배…“직접 투자한 후 2~3배 벌었다” 개미들 환매 러시

중앙선데이 2021.02.27 00:02 725호 8면 지면보기

개인 투자자들, 펀드 엑소더스

그래픽=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1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사업개발을 맡은 조근식(30)씨는 2018년 취업 직후 저축의 절반을 국내 기술주와 해외 유틸리티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두 개에 적립식으로 넣기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취업 후에는 일이 바빠 간접투자만 했다. 신경을 덜 쓰면서 종잣돈을 모을 계산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1월 펀드 수익률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찜찜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여름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걸 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상찮다고 느꼈다.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10%대였지만 눈 딱 감고 펀드를 전액 환매했다. 그 직후 3월 하순에 증시가 급락했고 펀드 수익률도 반 토막이 났다. 현금을 들고 기회를 엿보던 조씨는 펀드에 다시 가입하는 대신 대학생 때처럼 직접 주식을 사고팔기로 했다. 펀드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늦어 시장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조씨는 1400대까지 밀린 코스피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 네이버·카카오 등의 성장주와 셀트리온·유한양행 등 제약·바이오 주식을 사들였다.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던 지인들이 서로 종목을 추천하는 모습을 보고 상승 여력이 좀 더 있다고 생각해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4분기까지 주식을 보유하던 조씨는 올 초 코스피가 3000을 넘은 후 보유 주식을 분할 매도했다. 그는 1년 사이 종잣돈을 3배 가까이로 불렸다. 펀드에 계속 넣어뒀으면 본전 수준이었을 것을 생각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상승장서도 손실 난 펀드 6개
작년 투자 설정액 4조 넘게 줄어
시총 대비 비중 3.19% 역대 최저

마이너스 수익에도 수수료 떼가
운용보수비율 1.26~1.68%로 높아
은행 1년 적금금리만큼 까먹는 셈

운용사들 “리스크 회피 운용” 항변
“하락장에서 대응 능력도 중요
비과세 등 실질적 혜택 내놔야”

#2 반도체 장비 회사에 다니는 최영준(38)씨는 지난해 초 2년 넘게 보유했던 브라질 펀드를 정리하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 후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연일 추락했지만, 최씨가 직접 투자한 종목 수익률은 100%가 넘었다. 그는 2018년 모 경제방송 출연자가 브라질 경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을 보고 브라질에 관심을 가졌다. 때마침 한 증권사가 브라질 펀드를 내놓자 이때다 싶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2010년 700원이었던 헤알화 가치가 300원으로 떨어져 바닥이라고 판단했다. 환차익까지 챙길 기대에 부풀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브라질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줄 몰랐고 원자재 수출도 부진했다. 헤알화는 200원대로 더 떨어졌다. 불과 2년 만에 원금이 반 토막 났다.  
 
2018년 반도체 빅 사이클 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자해 목돈을 만진 회사 동료들에 자극받은 최씨는 지난해 초 펀드를 환매했다. 속이 쓰렸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네덜란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 ASML에 펀드 환매 자금을 전부 투자했다. 삼성전자·TSMC의 미세공정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ASML 주가가 크게 올라 최 씨는 1년 만에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매니저들 대거 이탈 악순환
 
또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비아트론·SFA·동진쎄미켐 등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에도 두루 투자했다. 현재 투자 종목 모두 2배 안팎의 성과를 기록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 전문가 말만 믿고 마음 졸였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코스피가 3200선까지 찍는 열기를 뿜고 있지만 공모펀드 시장에는 냉기만 감돈다. 전문가가 관리하는 간접 투자의 대명사였지만 초저금리 시대에 1년 적금에 버금가는 비용이 드는데 수익률은 신통치 않으니 개인 투자자가 속속 펀드를 버리고 있다. 특히 손실을 기록해도 수수료·운용보수 등을 지급해야 하니 속이 더 쓰린다. 금융당국은 개인의 펀드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펀드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펀드 자금 비중은 1월 말 기준 3.1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9년 말 4.83%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 말에는 사상 첫 3%대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동학개미·서학개미’ 등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개인의 공모펀드 투자 설정액 원본은 2019년 말 18조7762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3546억원으로 급감했다. 펀드에서 그만큼 돈을 빼냈다는 얘기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 원본이 가장 많았던 2008년(140조2143억원, 개인 설정액은 70조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공모펀드뿐만 아니라 요구불예금·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상품의 인기도 시들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요구불예금(MMDA 포함)도 637조8555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9840억원 감소했고, ELS 잔고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5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9000억원 감소했다. 개인들이 ‘빚투’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니 당연한 결과다.
 
이와 달리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같은 기간 27조3933억원에서 65조5227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우리·신한은행 라임펀드 책임자 해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우리·신한은행 라임펀드 책임자 해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무엇보다 낮은 수익률 영향이 크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45.21%. 그러나 같은 기간 설정한 지 1년이 넘은 국내 3014개 주식형 펀드 가운데 코스피 수익률에도 못 미친 펀드가 절반에 가까운 1456개나 됐다. 심지어 지난해와 같은 이례적인 상승장에서도 손실을 기록한 펀드가 6개나 됐다.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삼성전자(45.1%)와는 비슷했지만, SK이노베이션(155.87%)·네이버(96.05%)·현대자동차(93.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증시 흐름이 4~8월 IT·바이오, 9~10월 화학·배터리, 11~12월 반도체·자동차로 빠르게 바뀌는 데도 공모펀드는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공모펀드는 투자 종목·비중 등의 규제를 받는 데다, 위험관리와 같은 족쇄를 달고 있어 구조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
  
“펀드는 버스, 직접투자는 승용차”
 
펀드 투자 인식

펀드 투자 인식

김정수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상무는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은 공모펀드는 안정적인 종목을 압축해 담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거나 시장 상황에 시시각각 대응하기 어렵다”며 “일부 중소형 종목의 가격이 급등해도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대형 종목으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전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10월 16~30일 전국 25~64세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펀드 투자 인식 조사에서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질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거나 주식 등 다른 투자처가 더 매력적’이란 응답이 26.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투자자 비율은 2019년 35.4%에서 21.6%로 큰 폭 감소했다.
 
높은 수수료·운용보수도 투자자들에겐 부담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비용비율(Total Expense Ratio·TER)은 1.26~1.68%(지난해 12월 말 기준)다. 0.6% 안팎인 미국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TER은 펀드를 운용하며 발생한 비용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많다는 의미다. 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은행 1년 적금금리만큼의 돈을 까먹는 셈이다. 여기에 공모펀드는 아니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디스커버리·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이 이어지며 간접 상품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대부분 파생상품이나 사모펀드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거나 판매회사·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 개인 투자자는 “실력도 없고, 모럴도 없으면서 어떻게 고객 돈을 맡아 굴리는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장기 운용 지원책 등 빠져 반쪽 대책
 
자산운용사들은 리스크를 방어하면서 3~5년 중장기로 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단기 성과만을 놓고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만을 지향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간 전체 펀드 자금의 80% 이상 차지하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없다”며 “상승장만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의 무능을 탓하지만, 하락장에서의 대응 능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컨설팅팀 이사는 “펀드가 많은 승객을 태워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기차라면 직접 투자는 한두 명 타고 자유롭게 다니는 승용차”라며 “태생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회피를 배제한 수익률 비교로 단순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펀드가 쪼그라들며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사모펀드로 옮기는 등 인력 유출이 발생한 것도 공모펀드의 성과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영 이사는 “3~4년 전부터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보수가 줄어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모펀드에서 사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등으로 뭉칫돈이 빠져나간 측면도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운용 성과에 따라 운용 보수를 분기마다 바꾸는 성과연동형 운용 보수 도입, 수탁고 50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 투자전략 변경 가능 등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세제 혜택과 장기 운용 지원책 등은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늘고, 주가도 많이 올라 공모펀드가 더욱 부진해 보인다”며 “정부도 판매·운용 등 측면에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세제 혜택 등의 조치는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4년 주식형 펀드에 대해 8000만원 한도에서 이자·배당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등의 조치로 개인의 펀드 투자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사모펀드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신뢰 추락, 1년 새 27% 줄어
국내 사모펀드는 2016년 전체 순자산 약250조원으로 공모펀드(212조원)를 처음 넘어선 이후 펀드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그러다 2019년과 지난해 이른바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연간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18조4294억원(12월 말 기준)으로, 2019년 말 25조3433억원에서 27%가량 급감했다. 올 들어서도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에 금융권 일각에선 지금보다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모든 사모펀드는 위험평가자산액을 금융당국에 분기마다 보고해야 하고, 자산이 500억원을 넘는 경우는 해마다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또 사모펀드를 일반투자자용과 기관투자자용으로 나눠 규제하도록 했다. 일반투자자용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기존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늘어나지만, 일반투자자는 기존대로 49인 이하다. 나머지는 법인투자자 등의 참여를 허용해 펀드 운용사를 견제하도록 했다.
 
아울러 앞으로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는 운용사가 제시한 투자설명자료(핵심상품설명서)가 적정한지 점검한 다음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판매사가 운용사에 시정(다른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은행 등 사모펀드 자산을 받은 신탁업자도 감시 의무를 갖게 된다. 펀드가 편입하는 자산에 문제가 없는지, 실제 편입이 됐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에 더해 사모펀드는 투자 자산 가운데 현금 교환 가치가 불명확한 비상장 주식 등 비시장성 자산이 50% 이상인 경우, 만기와 수익률이 정해진 폐쇄형집합투자기구만 운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가 꼭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한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같은 불행한 일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사모펀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수”라며 “특히 개인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정보 비대칭이 없도록 (펀드) 판매사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 전달에 힘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관투자자용 사모펀드 규제는 오히려 완화해 시장의 과도한 위축 가능성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진 JKL파트너스 파트너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운용사를 직접 관리·감독할 전문성을 갖춘 상황”이라며 “이쪽 규제는 완화하고 금융당국 개입을 최소화해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라는 특유의 순기능이 잘 유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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