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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춤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이말 진짜일까?

중앙일보 2021.02.26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9)

춤의 세계를 '한번 빠져들면 마약처럼 빠져나오지 못할 이상한 세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춤을 배우더니 춤에 빠져 도무지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을 보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분홍신』에 보면 카렌이라는 소녀는 분홍신을 신자, 도무지 춤을 멈추지 못하게 된다. 분홍신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춤을 추게 하기 때문이다. 분홍신을 벗으려 해도 벗어지지 않자, 결국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비극을 겪는다.
 
발레 극으로 인기 높은 ‘지젤’도 무덤가에서 요정이 된 지젤과 지젤을 사랑하던 알브레히트는 밤새도록 춤을 춰야 했다. 유명한 댄스영화 ‘더티 댄싱’에 보면 의사의 딸 베이비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댄스 교사 자니와 열렬한 더티 댄싱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댄스 영화 ‘페임’이나 ‘플래시 댄스’에서도 춤에 인생의 목표를 건 사람들이 나온다. 일본 영화 ‘쉘위댄스’에 보면 멀쩡한 중년 모범회사원 스기야마가 춤에 빠졌다가 아내의 추적에 댄스를 그만두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다시 춤을 추러 간다.
 
국산 영화 ‘바람의 전설’을 보면 춤을 못 추면 몸이 꼬이는 여인들이 등장한다. 조건 없이 주변 사람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춘다. 춤을 정말 사랑하나 보다. 춤을 배우더니 춤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는 막장 드라마 급 이야기도 들린다.
 
유명한 댄스영화 '더티 댄싱'에 보면 의사의 딸 베이비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댄스 교사 자니와 열렬한 더티 댄싱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 영화 '더티댄싱' 스틸]

유명한 댄스영화 '더티 댄싱'에 보면 의사의 딸 베이비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댄스 교사 자니와 열렬한 더티 댄싱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 영화 '더티댄싱' 스틸]

 
이들 이야기는 춤을 마치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라도 있는 양 그려 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춤도 여러 종류다. 생활 체육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고 엘리트 체육으로 춤을 추는 사람이 있다. 
 
생활 체육으로 즐기며 한창 춤을 배울 때는 만사 제쳐 놓고 댄스학원에 달려간다. 매일 진도가 나가므로 한번 빠지면 그다음에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부지런히 가는 것이다. 피겨가 워낙 다양해 매일 한두 가지 피겨를 배워야 하는 자이브가 그렇다. 커플 댄스라서 결석해 제대로 못 하면 민폐이고 자신도 괴롭다. 내가 결석하면 파트너가 혼자 춤을 출 수 없기 때문에 민폐가 된다. 그래서 다른 약속을 거절하고 학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춤이 그렇게 좋나?”, “춤에 빠지더니 참, 춤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다.
 
생활 체육으로의 댄스는 그야말로 '여가 선용'이다. 그만큼 여유가 있으므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은 없다. 운동 삼아 골프를 치던 사람이 시간과 돈이 적게 드는 당구로 전환하듯이 언제든지 그만두고 다른 것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단계다.
 
그러나 엘리트 체육으로 경기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보다 나은 성적을 위해 욕심을 부리게 된다. 자신의 기량 향상은 물론 파트너를 바꿔가면서까지 정상을 노린다. 승부욕이자 성취욕이다. 10여 년 전인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원래 자기 파트너와 헤어지고 상대방의 파트너와 대회에 나온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그때 파트너를 바꾼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집착이라고 설명했다.
 
한창 경기대회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거의 강제적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용계에서는 ‘하루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 쉬면 감독이 알고, 사흘 쉬면 관객이 알고, 나흘 쉬면 지나가던 개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연습은 열 일 제쳐 놓고 해야 하는 것이었다. 쉬게 되면 확실히 근육이 무디어져서 체력이 떨어지고, 순발력이 떨어진다.
 
춤은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이 있지만, 직업이 아닌 이상 춤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진 unsplash]

춤은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이 있지만, 직업이 아닌 이상 춤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진 unsplash]

 
이처럼 예술로서의 춤은 그야말로 예술처럼 끝이 없다. 똑같은 박자지만, 박자의 활용을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예술적 도전이다. 이런 특성이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 체육으로 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평생 배워도 그 끝이 없도록 만든다.
 
그렇다고 그런 속성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도록 붙잡는 것은 아니다. 춤은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이 있지만, 직업이 아닌 이상 춤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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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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