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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부심'이 '네리둥절' 전락했다…요즘 시끄러운 네이버, 왜

중앙일보 2021.02.26 05:00
요즘 최고 직장으로 꼽히는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 기업 가운데 선두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네이버는 성과급 불만, 카카오는 인사평가 제도에 대한 이슈가 불거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들은 불명확한 성과급 지급 기준, 고위 임원만 성과급을 독차지했다는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카카오는 지난 17일 블라인드에 사내 따돌림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창업자 직접 진화 나섰지만 불만 여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오후 화상회의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인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오후 화상회의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인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이런 가운데 두 회사 창업자가 25일 각사의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이날 오후 2시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라이브 중계를 통해 2시간가량 직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맞수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같은 시간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통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해진 GIO는 “올해 진심으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직원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성과에 대해, 처음으로 그 가치를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들과 함께 나누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총 보상 차원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 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은 “이번 (평가제도)이슈는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며 “부딪힘이나 충돌은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그후 회복이 잘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카카오는 보상이 많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고, 거기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진의 진화 노력에도 직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간담회 직후 블라인드에는 “고민해 보겠다는 말뿐이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포털, 메신저 분야에서 국내 1위다. 지난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선호도 조사(잡코리아)에서 카카오가 1위, 네이버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에 일하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는 뭘까. 
 

토론 부족하고 ‘은둔형 경영’ 문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대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대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특수한 기업문화와 조직 구성원의 회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엇갈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본다. 
 
우선 네이버와 카카오는 IT 기업이지만 글로벌 IT 기업과는 다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의 경우 ‘TGIF’라는 이름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전 직원 간 다원식 토론의 장을 주 1회(현재는 축소)씩 개최했을 만큼 개방적·수평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네이버·카카오의 경우엔 국내 대기업보단 낫지만 해외 IT 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토론 문화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 사회는 CEO가 갖는 사회적 책임이나 인적 네트워크의 부담이 크다 보니 창업자가 ‘은둔형 경영’을 하는 문화도 소통 부재에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MZ세대 “명확한 기준과 평가방식 알려달라”

네이버·카카오 스톡옵션 보상 어떻게 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카카오 스톡옵션 보상 어떻게 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비해 조직 구성원이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는 일본식 호봉제보다 미국식 연봉제에 익숙해 ‘평생직장’ 개념이 없는 데다 실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현재뿐 아니라 이직 등을 위해서라도 보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평가방식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MZ세대란 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Z세대를 뜻한다. 오 전문위원은 이어 “특히 IT 업종의 경우 직무 동종성이 크고, 커뮤니티를 통해 타사의 보상체계나 조직문화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점도 내부 불만을 가중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성장성 떨어진다 싶으면 과감히 이탈 

쿠팡은 지난해 6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개장했다. 연합뉴스

쿠팡은 지난해 6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개장했다. 연합뉴스

여기에 쿠팡·배달의민족 등 후발 주자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IT 개발자들 채용에 나서고 있다. 블라인드 내 ‘IT 라운지’에는 “‘네부심(네이버에 다닌다는 자부심)’ 가지다가 쿠팡 초봉 6000만원(개발직군 기준)에 ‘네리둥절’(네이버 어리둥절)한 데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초봉 6000만원을 주자 ‘네카라’(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의 가치가 추락했다”라는 내용의 글이 등장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는 성장성이 정체된 반면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확장 속도가 빠르고 파격적 대우를 약속하면서 네이버·카카오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전문위원은 “IT 분야는 조직 성장성과 개인의 경력 성장성을 동일시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직 내 고속 성장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탈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내부의 불만 표출이 분위기를 바꾸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신동엽 교수는 “IT 기업은 ‘상시 창조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존재감이 드러난다. 따라서 톱다운 방식의 조직문화보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네이버와 카카오 내에서 내부 불만에 대해 공개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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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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