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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 개입 의심받는 대통령의 가덕도행

중앙일보 2021.02.26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올라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가덕도 신공항 계획(안)'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과 이 권한대행,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경수 경남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올라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가덕도 신공항 계획(안)'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과 이 권한대행,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경수 경남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 일 앞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메가시티’ 방문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더불어민주당의 우군이었던 정의당도 ‘선거 공항’ ‘매표(買票) 공항’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곳이다.
 

부산시장 선거 40여 일 앞두고 방문
현장에서 “세계적 물류 허브 될 것”
야당 “노골적 선거 개입 탄핵 사유”

문 대통령은 이날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인근 바다에 머물며 신공항 계획안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 계획에 그치지 말고 반드시 실현시키도록 하자”고 했다. 부산신항에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안을 언급하곤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또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고도 했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선거 개입”이라고 펄펄 뛰던 행보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문 대통령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게 안타깝다.
 
게다가 그 현장이 가덕도 신공항이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이 자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중도하차한 후 치러지는 보선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내건 카드다. 공약으로만 안 되겠으니 “동네 하천 정비만도 못한”(조응천 민주당 의원), “절차와 타당성 다 필요 없고 설계도 없이 고층 빌딩을 짓겠다”(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는 비판을 받는 특별법을 마련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패스트트랙 추진을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한 게 그제였고,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오늘이다. 이 와중에 논란의 장소에서 특별법 통과도 안 됐는데, 문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는 행태다.
 
문 대통령은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주무 부처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갔다. 기획재정부·국토부 모두 특별법에 비판적이다. 특히 국토부는 이달 국토위원들에게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은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고, 변 장관이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일도 있었다. 공직사회의 반발을 봉쇄한 셈이다.
 
이러니 야당에서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토건’을 비판하곤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해상 매립공사에만 6년 이상이 걸리고 대규모 산악 절취까지 해야 하는 최대 28조원의 사업이다. 절차를 밟아 정말 필요한 건지 차근차근  따져봐야지 결코 선거용으로 밀어붙일 사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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