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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ESG 기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중앙일보 2021.02.26 00:06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 주기기를 납품한 세계 최초·최대 부생수소(정유공장의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된 수소) 연료전지발전소인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전경. 한화토탈로부터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 두산그룹]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 주기기를 납품한 세계 최초·최대 부생수소(정유공장의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된 수소) 연료전지발전소인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전경. 한화토탈로부터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 두산그룹]

화석 연료로 인한 대기 오염 탓에 조기 사망하는 이는 한 해 몇 명이나 될까. 정답은 한 해 450만 명(2018년 기준)이다. 환경 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해 ‘독성 공시: 화석 연료의 대가’라는 보고서에서 밝힌 수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80만명으로 가장 많고, 인도(100만명)와 미국(23만명)이 뒤를 잇는다. 한국도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4만명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만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청년 취업난이 추가됐다. 또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의 단 3% 만이 점자 문해가 가능하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이다. 사회문제의 발생 속도는 빨라지는데, 해결 속도는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대기오염 조기 사망 연 450만
우리나라도 사망자 4만명에 달해
청년 취업난 등 사회문제도 심각
새로운 환경 변화에 ‘ESG 경영’으로 대응 나선 국내 기업들
탄소섬유 투자, 용수 사용량 절감
ESG 전담 조직 신설, 채권 발행
환경 지속성 등 투자의 기준 변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이런 ‘사회문제’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해 관계자들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매출과 이익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이유다. 과거의 기준에서 볼 때 ESG는 사실 지극히 비(非)재무적 요소들이다. 하지만 ESG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최근엔 기업 입장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미국 애플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제조 공급망에서 탄소 중립화 100% 달성’을 천명했다. 애플과 거래를 원하는 기업은 탄소배출량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란 얘기다. 여기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아게(AG), 프랑스 다농 등 9개 기업은 탄소 배출량 제로화를 위한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 기준도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 결정에서 ‘환경 지속성’ 같은 ESG 관련 사항들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지난해 1월과 3월 주주 서한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초로 영국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용수 사용량 절감 노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만 약 104만t(약 20만명 한 달 치 사용분)의 물을 아꼈다. 반도체부문에 지속경영사무국을 신설하고 친환경 리더십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친환경 시장 지배력 확대와 ▶미래기술 역량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것이다. 최근 발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더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내놓았다.
 
SK그룹은 글로벌 팬데믹 위기를 ESG 경영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목표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을 확정하는 등 최근 ‘ESG 경영’을 통한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해야 한다. LG전자는 높은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갖춘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엔 ‘2020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서 최고 권위의 ‘녹색마스터피스상’을 받았다. 또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탄소중립 2030’을 선언했다. 계열사인 LG화학도 지난해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지속 성장(Sustainability) 전략을 발표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2015년 “ESG 관련 성과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한다”고 선언했다. 올해 초 각 사 대표이사들이 모인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자리에서도 ESG 경영을 강조했다. 이에 롯데의 각 BU(Business Unit) 및 계열사는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ESG 강화 계획을 수립해 실행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ESG 전담 조직을 기업시민실 산하에 신설했다. 글로벌 철강사 중 최초로 ESG 관련 채권을 발행한 것도 포스코였다. 책임 있는 광물구매를 위한 RMI에도 가입했다.
 
두산그룹도 지난 2013년부터 주요 계열사에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CSR·ESG 관련 진단을 수행해 그룹 공통 ESG 과제를 추진해오고 있다. 효성그룹은 그간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 수소 공장 설립, 탄소섬유 투자, 재활용 섬유 개발 등 그룹 차원의 ESG 실천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신사업들을 차곡차곡 추진해왔다. CJ제일제당은 ▶고객 건강과 제품안전 ▶지속 가능한 환경의 두 가지 가치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속속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등급’평가에서 그룹 내 6개 상장사 중 4개사가 A등급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GS칼텍스는 2019년 글로벌 ESG 평가(Ecovadis)에서 최상위 등급인 금상(Gold Medal)을 받았다. 현대백화점도 ‘2020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경영지수(SDGBI,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Business Index)’에서 ‘최우수 그룹’에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초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글로벌 ESG 평가에서 한국을 전체 5개 등급 가운데 최고인 1등급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2등급, 중국과 일본은 3등급이다. 평가대상 144개 국가 중 1등급을 받은 나라는 한국·독일·스위스 등 11개 국가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ESG란 결국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국민까지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장기적 숙제”라며 “단순히 재무적 차원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효용으로 관점을 더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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