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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원전감사 효과..‘불법 못한다’는 공무원

중앙일보 2021.02.25 20:27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부산행..선거개입 비판 불구하고 '가덕도신공항' 띄우기
국토부 비밀보고서 국회제출.'부적합 사업'에 법적책임까지 거론

 
1.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을 찾았습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4월7일)가 코앞에 닥친 시점이라‘선거개입’이란 비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가덕도신공항을 띄웠습니다.
 
‘15년간 지체되어온 신공항 사업을 시작하겠다. 가덕도에 관문공항이 들어서면..명실상부 세계적 물류허브로 발돋움할 것..’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25일 국회법사위를 통과했고, 26일 본회의에서 확정됩니다.
 
2.
마침 하루전인 24일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관련해 국회에 보고한 대외비 문건이 터져나왔습니다.
 
요지는 ‘가덕도신공항 타당성을 7가지 측면에서 검토한 결과..부적합’입니다.  
안정성의 경우 ‘위험성 크게 증가’. 시공성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음’. 비용의 경우 최대 28조원. 부산시가 추정한 7조원의 4배나 됩니다.
 
3.
한마디로 국토부 공무원은‘절대반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은 25일‘반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변창흠 장관은 대통령을 수행해 부산에 갔습니다. 이자리에서 대통령은 장관에서 ‘사업방향이 바뀌어 국토부 실무진이 느낄 곤혹스러움을 이해한다’면서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국토부가 역할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명명백백한 문서에도 불구하고..또 언론탓입니다.
 
4.
국토부 공무원의 ‘곤혹스러움’은 대외비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15쪽 보고서의 11쪽 제목은 ‘공무원의 법적의무 검토’입니다. 국회제출 보고서에 생뚱맞게 ‘공무원의 법적의무’가 뭔 소릴까요.
한마디로 ‘이처럼 무리한 사업에 찬성할 경우 공무원이 나중에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법적 검토내용입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처벌을 받지 않기위해..여기 분명히 반대했음을 밝힌다’는 얘기입니다.  
 
정치외압에 어쩔 수 없이 처벌가능성이 높은 짓을 해야하는 공무원이 남긴 ‘최소한의 면피’인 셈이죠.
 
5.
법적의무검토는 ‘형법상 직무유기’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위반’이란 두 가지 가능성입니다.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나 성실의무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예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까지 동원했습니다.  
‘본법안 통과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할 필요 있음. 본법안에 찬동하는 발언을 할 경우 향후 직무상의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음.’
 
6.
국토부 공무원들은..왜 이런 전례없는 짓을 했을까요.
보고서 11페이지 한 가운데 명시돼 있습니다.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수사에서도 원전 조기폐쇄를 위한 정당한 근거미흡(경제성 미흡 또는 조작)을 중요 문제점으로 고려함.’
 
7.
월성원전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 덕분입니다.
절차를 지키기 않는 무리한 정책추진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시키는대로 했다’고 해서 면책이 안되는 세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형법(직무유기)와 국가공무원법(성실의무위반)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시킨 일은 ‘성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월성원전의 경우, 최재형 감사원과 윤석열 검찰이 문제를 삼았습니다. 그러자 법이 살아났습니다.
 
8.
정리하자면..가덕도신공항의 타당성 검토결과 ‘부적합’입니다.  
예산낭비를 막기위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생략하는 건 절차적 문제가 됩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거나 묵인하는 것은 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이자 ‘성실의무위반’이 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법무법인의 조언처럼)‘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이 비밀보고서입니다.
 
9.
일부에선 이런 공무원들의 ‘법 지키기’를 레임덕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예전엔 없던 공무원들의 불복종이기에 임기말 대통령의 힘을 빼는 현상이라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는 레임덕이라기보다 ‘정상화’입니다.  
감사원과 검찰이 제 역할을 하니까 죽었던 법이 살아난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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