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에 폐지론 제기, 헌재는 5대 4 '합헌'
“수의사 오진” SNS 올리려다 헌법소원까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A씨는 2017년 8월 동물병원에서 반려견 치료를 받은 후 부당한 진료로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를 SNS에 올리려다가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2017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한번 훼손된 명예는 회복 어렵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 인정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민사소송으로 충분히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개인의 사생활 낱낱이 드러날 수도”
그렇다고 ‘사적 비밀이 아닌 사실’에 대해서만 적시가 가능하도록 일부 위헌 결정을 하기에는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또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는 점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가해자의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적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들었다.
소수의견 4명 ”형사 처벌은 과해…일부 위헌“

25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4명의 재판관들이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그 중 한 명인 이석태 헌법재판관.뉴스1
유 재판관 등은 해당 조항이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며 헌법이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 형사 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 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명예훼손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직자 비판 위축돼” 폐지 의견
또 “수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며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 재판관 등은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 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의 사실적시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해당 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 부분만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법에서 '미투' 피해자 보호 가능하다 본 듯"
이어 ”장기적으론 해당 조항이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구제 수단이 철저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