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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에 물러나는 日 스즈키 회장 "계속 걸어라, 일 포기하면 죽어"

중앙일보 2021.02.25 15:44
‘중소기업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일본 스즈키 회장이 현역에서 은퇴한다. 올해 91세, 대표직에 오른 지 44년 만이다.
 

'日 중소기업의 아버지' , 2선 물러나
44년간 대표직 '카리스마 경영자' 군림
일찍이 인도 진출 '성과'...'티코' 원조
전기차 등 업계 대변혁에 대응 늦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5일 스즈키 회장이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대표 권한을 내려놓고 상담역(고문)으로 물러선다고 보도했다.  
 
2대 사장의 데릴사위로 1958년 스즈키자동차공업에 입사한 스즈키 회장은 1978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0년에 한 차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2008년 회장 겸 사장으로 복귀했다. 2015년 장남인 스즈키 도시히로(鈴木俊宏)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준 뒤에도 대표권을 갖는 회장으로서 실권을 유지하는 등 ‘카리스마 경영자’로 군림해왔다.
 
지난 2017년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인도 간디나르에서 열린 인도-일본 정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인도 간디나르에서 열린 인도-일본 정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나는 중소기업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삶의 보람이 일이다. 사람은 일을 포기하면 죽는다. 도전하는 것이 인생이다. 여러분도 일을 계속해달라”고 답했다.
 
또 “작년에도 골프를 47번이나 했고, 펄펄 난다”면서 건강문제로 인한 퇴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찍이 '평생 현역'을 모토로 일해 온 그는 “직함은 버리더라도 여전히 현역이니까 마음 편하게 상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견지명으로 인도 시장을 개척했는데 후진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는 질문에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인도가 보여 상륙했는데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걸어라(歩け歩け). 행동력을 갖고 (새 시장을) 찾아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8월 인도 하야나 북부에 있는 스즈키 공장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8월 인도 하야나 북부에 있는 스즈키 공장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차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스즈키는 ‘알토’, ’왜곤R’ 등을 히트시켰다. 1980년대엔 일찍이 인도에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절반이나 차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알토’는 1980년대 후반 대우자동차가 국민 경차로 내놓은 ‘티코’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거대 기업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패도 맛봤다. 1981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E)와 자본제휴를 했다가 GM의 경영악화로 관계를 청산했다. 2009년엔 독일 폭스바겐과 자본제휴에 합의했으나 경영의 독립성 등의 문제로 대립을 거듭했다. 지금은 도요타가 스즈키의 주식 약 5%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선 스즈키가 경차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최근 산업의 빠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요타와의 제휴는 “큰 우산 아래로 들어가지 못하면 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한 스즈키 회장의 “마지막 사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7년 5월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도쿄에서 열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7년 5월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도쿄에서 열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스즈키는 전날 내놓은 2021~2026년 중기 경영 계획을 통해 2025년부터 전기자동차(EV) 등의 전동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2050년까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스즈키의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18.6% 감소한 244만7971대였다. 그러나 일본 내 판매 대수는 혼다를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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