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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안빼는 女···스가 아들에 '77만원 밥' 접대받은 이 사람

중앙일보 2021.02.25 15:24
24~25일 일본의 관심은 온통 '1인당 77만 원짜리 메뉴'와 이 사람에게 쏠렸다. 야마다 마키코(山田真貴子·61) 내각 공보관이다. 내각 공보관은 총리관저의 공보 업무를 총책임지는 자리로, 야마다 공보관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기자회견 때마다 진행을 맡아 국민들에게도 친숙하다. 25일 오전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야마다 공보관은 그 익숙한 목소리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스가 아들 접대 명단 오른 야마다 내각 공보관
총무성 재직 시절 77만원짜리 식사 접대 받아
아베 시절 '첫 여성 총리보좌관' 등 승승장구
"술자리나 회식 거절 안해" 발언도 도마 위에
"다른 세상 사나" 접대 실태에 여론 부글부글

25일 중위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야마다 마키코 내각 공보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 중위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야마다 마키코 내각 공보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과의 이유는 스가 총리의 장남과 함께한 '77만 원짜리 식사'였다. 이달 초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위성방송 회사 도호쿠신샤(東北新社)에서 일하는 스가 총리의 큰아들 세이고가 방송 인허가권을 가진 총무성 간부들을 수차례 접대했다는 폭로를 했다. 이후 총무성 자체 조사 결과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공무원 11명이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갑자기 야마다 공보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야마다 공보관이 총무성에 재직하던 2019년 11월, 세이고를 비롯한 도호쿠신샤 관계자 4명과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날 나온 저녁 식사비는 총 37만 1013엔(약 388만원), 1인당으로 계산하면 7만 4000엔(약 77만원)이었다. 고급 호텔의 식사비로도 과도한 금액이다. 24일 국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스가 총리에게 물었다. "도대체 뭘 먹으면 이런 금액이 나오는 겁니까."
 
답은 "와규(和牛)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였다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대신 설명했다. 물론 이날 식사 비용은 모두 도호쿠신샤가 부담했다. 야마다 공보관은 "업무와 연관한 자리가 아니었고 비용은 얼마가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식은 거절하지 않는다" 

야마다 공보관의 과거 경력이나 발언도 화제가 됐다. 그는 1984년 지금의 총무성인 우정성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2차 내각에서 '첫 여성 총리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총무성으로 복귀해 정보유통행정국장, 총무심의관 등을 지냈다. 아베 내각의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는 그를 눈여겨봤고, 지난해 9월 취임과 함께 '첫 여성 내각 공보관'으로 발탁했다. 
 
지난해 봄 한 교육단체의 유튜브 방송에서 그가 했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마다 공보관은 젊은이들에게 사회생활을 조언하는 이 방송에서 "나는 술자리 회식을 거절하지 않는 여자로 알려져 있다"는 말을 했다. 행사나 술자리 등에 가능한 한 많이 참석해 만남의 기회를 넓히라는 이야기였다. 야당 측은 "요청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출석을 요구했다.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왼쪽 단발머리 남성이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다. 이영희 기자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왼쪽 단발머리 남성이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다. 이영희 기자

 
결국 야마다 공보관은 25일 국회에 나와 인당 77만원 회식의 경위를 설명하면서 "공무원의 신용을 훼손한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지난 발언과 관련 "회식 참석을 강요하는 건 '파워하라(직장 내 괴롭힘)'가 될 수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는 "두 번 정도 크게 아픈 후, 이제는 그렇게(모든 회식에 참석)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지원금이 5만엔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많은 이들이 힘든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고가의 접대 자리에 나갔다는 데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52세의 한 주부는 아사히 신문에 "1월 초 4인 가족이 회식을 했는데 총 1만 5000엔(약 15만 6000원) 정도가 나왔다. 관료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辻元清美) 부대표도 "코로나19로 생활이 곤궁해진 싱글맘이나 저소득층에 주는 지원금이 5만엔(약 52만원)이다. 한 번의 회식에 7만엔, 어떤 의문도 없이 그런 접대를 받았다는 것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로 이 사안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이 가라앉긴 힘들어 보인다. 야당들은 총리 아들의 접대가 실제 총무성의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야마다 공보관에게 한 달 급여의 60%를 자진 반납하는 징계를 내렸으나 "야마다는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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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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