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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해외여행, 무료 피자 제공까지…백신 특혜 명과암

중앙일보 2021.02.25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예배당 등 입장에 필요한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 증명용 그린 패스. [AFP]

예배당 등 입장에 필요한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 증명용 그린 패스. [AFP]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ㆍ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의 발표대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스라엘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선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세계 각국이 내건 인센티브 정책의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  
 

세계 각국 접종 늘리려 안간힘
미국 매사추세츠시선 ‘백신 버디’
노인 모시고 온 사람에 1+1 접종
정은경 “접종자 혜택 적절치 않다”

이스라엘, 피자 제공에 '녹색 여권'까지

이스라엘의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료로 음료와 피자 등을 나눠주며 백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의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료로 음료와 피자 등을 나눠주며 백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

일찍이 백신 도입에 앞장선 국가 중 백신 인센티브 제공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최근 텔아비브시는 백신 접종소 앞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해 백신 접종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게 피자 한 판과 커피, 훔무스(병아리콩 요리)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아이탄 슈워츠 텔아비브시 대변인은 “접종을 망설이는 시민들에게 백신 접종소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음식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외에도 2차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이들에게 ‘녹색 여권’을 발급 중이다. 지난 21일부터 상점과 쇼핑몰, 시장이 문을 열며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지만,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일부 시설은 이 녹색 여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파격적인 정책 덕분인지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 중 접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1일 기준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 약 879만명의 49%인 437만명이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고, 인구의 약 34%인 299만명은 2회 접종까지 마쳤다.
 

매사추세츠, 고령자와 함께 가면 백신 무료 

당선인 신분으로 접종 과정을 생중계로 공개한 조 바이든(79) 미국 대통령. [로이터]

당선인 신분으로 접종 과정을 생중계로 공개한 조 바이든(79) 미국 대통령. [로이터]

미국 동부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시는 지난 11일 ‘백신 버디(Buddyㆍ친구)’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내걸었다. 우선접종대상자인 만 75세 이상 노인과 함께 온 사람은 신분ㆍ나이를 불문하고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놔준다. 고령층이 인터넷 예약에 어려움을 겪거나 거동이 불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밖에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전자 증명서를 발급해 증명서 소지자에 한해 외국 여행이나 문화, 스포츠 경기 참석을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백신 여권’을 발급해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의 국외 여행을 자유롭게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 차별·새치기 논란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18일 업체 직원이 주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18일 업체 직원이 주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런 인센티브 정책을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니다. 백신을 맞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일종의 '백신 만능주의'로 흘러갈 수 있고 임신 중이거나 알레르기 반응, 면역저하 때문에 부득이하게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어서다. 또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시행되는 버디 프로그램의 경우 젊은 사람들이 고령층보다 먼저 백신을 맞아 ‘새치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백신을 맞기 위해 고령층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광고까지 등장하자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노인들에게 ‘낯선 사람의 도움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해외에서 이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4일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서 “백신 접종자에게 혜택을 주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 청장은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하는 임신부나 소아·청소년, 혹은 예방 접종에 동의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차별이 될 수 있어서 그런 혜택을 제공하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으면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아쉬워서 안 맞는 게 아니다. 내 몸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억만금을 줘도 안 할 것이다. 백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통해 신뢰를 쌓아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거부가 심해지면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백신 도입 물량이 지금도 부족한 시점에서 여건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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