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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치인의 변신은 무죄② 힐러리, 정치스릴러 소설가 데뷔

중앙일보 2021.02.24 17:46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작가 루이스 페니와 공동 집필한 정치 스릴러물 『스테이트 오브 테러(State of Terror)』를 오는 10월 발간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작가 루이스 페니와 공동 집필한 정치 스릴러물 『스테이트 오브 테러(State of Terror)』를 오는 10월 발간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후보, 제67대 미 국무장관, 퍼스트레이디, 뉴욕주 상원의원까지. 힐러리 클린턴(74)을 수식해온 단어는 많지만, 하나가 더 늘었다. 추리소설 작가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 전 장관이 캐나다 유명 추리소설 작가 루이스 페니(63)와 함께 정치 스릴러 소설 『스테이트 오브 테러(State of Terror)』를 집필한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NYT는 “클린턴의 백악관과 국무부에서의 경험과 페니가 펼치는 중독성 강한 서사를 바탕으로 소설이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책은 올 10월 발간 예정이다.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공동 집필에 나선 루이스 페니는 캐나다에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다. AP=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공동 집필에 나선 루이스 페니는 캐나다에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다. AP=연합뉴스

  
CNN이 소개한 책 줄거리에 따르면, 소설의 주인공은 한때 정적(政敵)이었던 대통령의 행정부에 합류한 신임 국무장관이다. 이전 대통령이 집권한 4년 동안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은 한없이 추락했고, 테러까지 벌어져 국제 정치는 혼돈에 빠졌다. 세계가 미국의 새 리더십을 주목하는 가운데 각종 치밀한 음모가 펼쳐지면서 주인공은 이를 해결할 팀을 구성하게 된다.  
 
소설 속 설정은 클린턴이 겪어온 현실 정치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그는 2009~2013년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다. 한때 대권을 놓고 격렬히 맞붙었던 경선 라이벌 오바마 대통령과 한배를 탔다. 이 점이 소설의 주인공과 오버랩된다. 클린턴이 자신의 경험을 많이 녹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NYT는 출판사 측이 “오직 내부자만 알 수 있는 디테일로 구성된 막후 드라마”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설에서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은 축소된 것으로 묘사된다. 이점을 들어 CNN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클린턴의 시각도 담길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합의(일명 JCPOA)는 물론 파리기후협약 등에서 탈퇴하며 '세계의 경찰' 역할을 버렸다. 트럼프에 대한 힐러리의 감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힐러리와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맞붙었고, 결과는 힐러리의 패배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무장시위대 습격으로 사망한 주 리비아 대사를 기리며 국무부 직원들을 위로하는 모습. 당시 힐러리 클린턴(맨 왼쪽) 국무장관과 함께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무장시위대 습격으로 사망한 주 리비아 대사를 기리며 국무부 직원들을 위로하는 모습. 당시 힐러리 클린턴(맨 왼쪽) 국무장관과 함께 있다. AFP=연합뉴스

 
공동 저자로 나선 루이스 페니는 18년 동안 라디오 진행자 겸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작가로 전향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추리물을 주로 썼다. 『가장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과 『냉혹한 이야기(A Brutal Telling)』 등 대표작은 23개 언어로 출판됐다. 힐러리와는 2016년에 친해졌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힐러리는 2017년 펴낸 자서전 『무슨 일이 있었나(What Happened)』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뒤 페니의 책을 읽었다”며 “그의 스릴러 소설을 읽고 샤르도네(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요가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저명한 정치인과 소설가가 함께 소설을 쓰는 건 이례적이지만, 처음은 아니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미 2018년 작가 제임스 패터슨과 『대통령이 실종되다(The President Is Missing)』란 추리 소설을 펴냈다. 이 책은 북미 전역에서 200만부 이상 팔리면서 그해 가장 잘 팔린 성인 소설로 꼽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올해 여름 전직 대통령의 딸이 납치된다는 내용의 『대통령의 딸(The President‘s Daughter)』의 발간도 앞두고 있다. NYT는 “힐러리와 빌 모두 스릴러·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고 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오른쪽)이 제임스 패터슨과 함께 발간할 예정인 소설 『대통령의 딸』. AP=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오른쪽)이 제임스 패터슨과 함께 발간할 예정인 소설 『대통령의 딸』. AP=연합뉴스

  
힐러리는 앞서 논픽션 책을 여러 권 펴낸 경험이 있다. 그는 2014년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를 통해 국무장관으로서 겪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세계 금융위기,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풀어냈다. 자신의 유년기부터 영부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본『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에서는 남편의 성 추문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특히 주목받았다.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남편의 성 추문에 대해 그는 당시 "남편의 고백을 들은 직후 나는 숨을 쉬는 게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며 "울면서 '왜 내게 거짓말을 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적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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