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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보고서 "中, 초기 역학조사 거의 안해"…코로나 기원 미궁 빠지나

중앙일보 2021.02.24 16:15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초 발병 후 8개월 동안 역학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초기 역학조사 거의 진행된 게 없었다"
"문서도 없이 몇 마디로 전한 게 전부"
가디언 "중국의 기원 조사 방해 증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중국 환구망 캡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중국 환구망 캡처]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8월10일 작성된 두 페이지 분량의 WHO 내부 보고서 '코로나19 기원 연구' 축약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10일~8월3일 코로나19 기원 사전조사차 중국을 방문했던 WHO 소속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인수공통전염병 전문가가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WHO 조사팀은 베이징에 도착해 2주 격리 후 열흘간 중국 질병 당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 농림부, 시장규제행정처,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 관련 인사들이 인터뷰 대상이었다. 
 
조사팀은 이 자리에서 우한의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해 바이러스 발생지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게 보고서 담긴 내용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중국 측과의 대면 회의 결과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과 관련한 초기 역학조사는 거의 진행된 게 없었다”, “관련 데이터는 2020년 1월 중국과 WHO 간 긴급회의 때 전달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마저도 몇 마디 말로 전달받은 게 전부였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발표도 없었고, 문서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가디언은 보고서가 코로나19 기원을 찾으려는 WHO의 시도가 어떻게 방해받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WHO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의 일원으로 중국 우한을 다녀온 도미닉 드와이어 박사.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확진자의 세부 정보 제공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의 일원으로 중국 우한을 다녀온 도미닉 드와이어 박사.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확진자의 세부 정보 제공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WHO 조사팀이 우한을 방문하지 않은 사실 등이 드러나자 부실 조사라는 비판이 일었었다. 당시 WHO는 “조사팀은 우한의 바이러스 전문가들과 원격으로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번 조사는 본격적인 조사가 아닌 사전 조사 성격”이라며 말을 아꼈었다. 
 
이에 미국 등에선 중국이 코로나19 기원 초기 자료를 은폐하고 있으며, WHO가 이를 눈감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WHO 조사팀은 지난달 다시 중국을 찾아 우한을 방문했지만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선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WHO 조사팀 일원으로 중국 우한에 다녀온 호주 미생물학자 도미닉 드와이어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였던 2019년 12월 우한에서 확인된 174건 확진 사례의 세부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한 채 요약본만 제공했다. 왜 제공을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질병학자들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이른바 '0번 환자(patient zero)'로 불리는 첫 감염자와 확산의 진원이 된 최초 발병지 조사에 집중한다. 바이러스 발병 원인과 확산 과정을 파헤칠 결정적 단서이자 향후 대응 마련을 위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초기 역학조사 결과를 감추는 게 아니라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면 향후 연구는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드와이어는 “기초 데이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얼마나 일찍,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분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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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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