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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이냐, 특혜냐…日도 스가 총리 우선 접종 놓고 논란

중앙일보 2021.02.24 15:29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존재다. 제일 먼저 (백신을) 접종했으면 좋겠다."(자민당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 의원)

"내 순번이 오면 솔선해서 맞고 싶다. 접종 순번은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22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둘러싼 질의가 오갔다. 총리가 솔선해 백신을 맞을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스가 총리는 "순번이 오면 맞겠다"고 밝혔다. 

스가 "순번 오면 맞을 것" 입장 고수
우선접종 "퍼포먼스"라는 비판 우려
지역구 방문 힘든 국회의원들 위해
국회 의무실 단체 접종도 구상 중

 
지난 17일부터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일본에서도 총리나 정치인의 '백신 우선 접종'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총리나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 한편으로 정치인들의 우선 접종이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메디컬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힙뉴스]

지난 17일 일본 도쿄메디컬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힙뉴스]

 
스가 총리는 1948년생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그룹에 속해 예정대로라면 4월부터 접종을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의미에서 먼저 나섰듯 스가 총리도 일정과 관계없이 앞장서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도 "정치인은 이런 상황에 나서야 한다"며 총리에게 우선 접종을 권했다.   
 
하지만 백신 공급 부족으로 혼란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총리가 먼저 접종하는 것은 "퍼포먼스로 비칠 것"이란 지적이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24일 전했다. 관계자들은 "총리 접종 시기는 여론의 추이를 봐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료진 이외 국민의 접종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백신에 대한 대중의 불안이나 거부감이 크다고 판단되면 먼저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총리뿐 아니라 매일 열리는 국회에 출석하는 각료와 의원들의 백신 접종도 관심사다. 국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국정 마비가 예상되기 때문에 각료와 국회의원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판 '수저론'인 '상급국민(上級国民)' 논쟁을 다시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자민당이 당직자 전원에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했을 때도 "검사를 원해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있는데 왜 당신들만 특혜를 누리느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22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의 경우 대부분 주소를 지역구에 두고 있어 순번에 따라 접종을 받으려면 해당 기간에 지역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이 코로나19가 널리 퍼진 도쿄에서 오는 국회의원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주말에 잠깐씩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 접종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회 내 의무실에서 대상 연령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단체로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사 면허를 가진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들에게 주사를 놓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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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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