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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명은 아직 화장실 따로 없다…지구가 주는 ‘年5조 서비스’

중앙일보 2021.02.24 06:00
인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 근처에서 농부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임시 화장실. A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 근처에서 농부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임시 화장실. AP=연합뉴스

78억이 넘는 전 세계 인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도 저소득국가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인구는 물 부족에다 화장실 같은 위생시설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영국·인도 연구팀 '원 어스'에 논문
세계 48개 도시 대상 자연혜택 분석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세계 인류의 14%에 해당하는 10억 명이 배설물이 발생하는 원위치에 저장 처리하는 구덩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분뇨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이들의 배설물은 제대로 처리될까.
 
영국 크랜필드 대학 앨리슨 파커 교수 등 영국·인도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원 어스(One Earth)'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런 의문에 답을 내놓았다.
자연 생태계가 인간을 위해 위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구덩이와 부패 탱크 통해 땅속으로 스며들어

인도 뭄바이의 시바지 나가르 지역 배수로에 설치된 공중 화장실. 중앙포토

인도 뭄바이의 시바지 나가르 지역 배수로에 설치된 공중 화장실. 중앙포토

연구팀은 2018년 12월 기준으로 배설물의 발생과 처리 과정이 공개된 도시 가운데 전 세계 48개 도시(인구 합계 8200만 명)를 선정해 정량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대상 도시에는 인도 델리, 방글라데시 다카, 베트남 하노이, 페루 리마 등의 도시가 포함됐다.
인구 2만7000명의 작은 도시에서부터 인구 1678만명의 도시(델리)도 들어있다.
 
분석 결과, 이들 도시에서 발생한 배설물의 18.1%는 땅속 구덩이 혹은 부패 탱크(septic tank)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의 배설물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땅속에 스며들고 분해되면서 정화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자연정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자연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특히 위생 서비스에 인류가 의존하는 것이다.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환경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말하는데, 1970년대 이후 발전해온 개념이다.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연간 44억 달러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의 마타레 빈민가에서 어린이들이 부서진 하수도 맨홀 옆에서 놀고 있다. 유엔은 전 세계 인구 가운데 42억명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 시설에 접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의 마타레 빈민가에서 어린이들이 부서진 하수도 맨홀 옆에서 놀고 있다. 유엔은 전 세계 인구 가운데 42억명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 시설에 접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이처럼 48개 도시에서 발생하는 배설물 가운데 연간 220만톤이 자연 생태계의 위생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처리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생태계 정화 처리 서비스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8200만명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0.57 달러에 해당한다.
 
또, 이 같은 지구 생태계 서비스를 전 세계 인구로 확대해 계산한다면, 연간 44억 달러(약 4조 9000억원)에 이른다.
 
연구팀은 전 세계 8억9200만명(인구의 12%)이 배설물이 발생한 원위치에서 저장·처리하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고, 1인당 하루 128g의 용변을 본다고 하면, 자연계에서 맡아서 처리하는 인간 배설물이 연간 417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자연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각국에서 위생 분야에 귀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용 가능한 위생 인프라의 대부분을 생태계 서비스가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다양한 지구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연간 125조~145조 달러(14경~16경 원) 정도로 계산한 연구 결과가 2014년 발표됐는데, 당시 연구에서는 자연의 인간 배설물 정화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억 명은 그나마 화장실 사용도 못해

케냐 나이로비의 마타레 빈민가. 강둑에서는 배설물이 직접 나이로비 강으로 배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PA=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의 마타레 빈민가. 강둑에서는 배설물이 직접 나이로비 강으로 배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PA=연합뉴스

WHO는 구덩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10억 명 외에 나머지 20억 명이 넘는 인구도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이들 중 6억7300만명은 숲속이나 하천에다 직접 용변을 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전 세계 7억1100만명은 처리장과 연결되지 않은 하수도를 갖고 있어 사람의 배설물이 하천이나 습지, 바다로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경우 강물이 분뇨를 처리장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의 역할을 하는 셈이지만 이에 대한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분석하기 어렵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한편, 서울의 경우 인구가 500만 명에 도달한 1976년에 청계천에 국내 최초의 하수처리장이 건설됐다.
67년 당시에는 서울 양화대교 부근 한강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지금의 10배가 넘는 47.6ppm을 기록할 정도로 오염이 심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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