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00명 실태조사 근거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추진
시행 땐 적용대상 100곳 육박
소규모 스타트업은 대응 역부족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9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가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이하 플랫폼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스타트업들이 ‘제발 현장을 반영해 달라’며 반발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① 부실한 현장 조사
공정위는 현장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 ‘대규모 온라인 쇼핑몰 입점사 60.8%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는 법제연구원의 2019년 실태조사 결과를 주로 인용했다. 입법예고 보도자료에도,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에도 이 수치를 적었다. 공정위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법안 심사에도 이를 활용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심사 회의록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제연 실태조사를 언급하며 “피해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규개위 위원들은 “61%가 불공정거래를 겪으면 법 제정 필요성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과도한 규제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에 공정위가 내놓은 해명 자료. '불공정행위 경험비율 60.8%'라는 조사 결과를 활용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그런데 ‘61%’의 실제 숫자는 48명이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법제연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조사는 온라인 상품 판매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이었다. 100명 중 온라인 플랫폼 입점 경험자는 79명, 거기서 불공정 거래를 겪었다는 이는 48명이었다. 79명 중 48명을 근거로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필요성을 주장한 모양새다. 공정위는 실태조사의 표본 크기를 밝힌 적은 없었다.
공정위 제정안은 쇼핑뿐 아니라 숙박·배달·택시·중고차·부동산 등 온라인 중개플랫폼에 모두 적용된다. 그런데 법제연 조사 응답자 중 100명 중 여행·숙박 분야와 음식배달 분야 입점자는 각각 4명과 3명에 불과했다. 보고서 원문에도 ‘쇼핑몰 별 사례 수가 매우 작으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표본 크기가 너무 작은 실태조사를 법안 근거로 든 것 아니냐”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는 “실태조사만 의지한 것은 아니며, 간담회도 수차례 열어 업계 상황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의 37~41%가 불공정거래 겪었다’는 중소기업연구원의 2018년 실태조사도 법안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 원문을 보면, 불공정 거래 경험 비율은 2011년·2014년·2016년·2018년 조사 때마다 큰 폭으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② 신생업체도 모조리 규제
③ “영업비밀 공개하라니…독소조항”
플랫폼에 입점하는 모든 영세 사업자와 일일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규개위에서도 나왔다. 공정위는 관련 언론보도에 해명자료를 내 “계약서 서명 이외의 방식도 허용할 예정”이라면서 “법제연 실태조사 결과, 합의된 서면 계약서가 없는 경우가 25%에 이른다”고 했다. 여기서 25%는 실제 응답 수로는 12명이다. 중기연 실태조사에서 ‘서면계약서 부재’를 불공정 피해로 꼽은 오픈마켓 입점자는 1.6%에 불과했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재환 실장은 “이미 플랫폼들은 주요 내용을 약관으로 배부하고 있는데 굳이 계약서라는 정형화된 틀에 넣는 것은 행정 비용을 높인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61%가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거래 피해 본다'고 제시한 법제연구원 실태조사의 원문.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는 79명이고, 이중 불공정거래 경험자는 48명이었다. 사진 법제연구원 보고서
업계에서는 ‘규제하려면 현장부터 살펴 달라’고 요구한다. 최근 플랫폼 규제법을 만든 유럽연합(EU)과 일본의 경우, 실태조사와 공청회, 영향평가 등 논의에만 각각 4년·2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6개월 만에 법안이 나왔다는 것.
공정위는 중앙일보에 “법이 국회에서 통과돼도 시행까지 1년의 시간이 있다”며 “그 사이 실태조사를 해서 구체적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