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
“가덕도는 이미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가장 부적합한 입지로 평가받았는데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없애고 각종 특혜를 법으로 정하는 게 가능하냐. 절차적으로 옳으냐.”
가덕도 신공항 합의는 전대미문의 선거용 도박이다. 1989년 3월 노태우 정부가 교통부 산하에 ‘신공항 건설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영종도를 최종 후보지로 결정하는 데 1년 3개월 이상(1990년 6월14일)이 걸렸다. 건설 촉진 특별법은 1991년 9월에야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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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과정에서 절차의 설계가 국회의 본업임을 알린 사람은 심 의원 하나다. 사자후의 전율이 걷힐 무렵 2019년 8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싸움을 등진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목매고 있을 때다.
국회 본청 로텐더 홀 농성장을 찾아 조 후보자의 사퇴 전망을 묻자 그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겠지만 버틸 수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이 말을 담은 기사가 나간 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보좌진의 전화에 반나절을 시달렸다. 선거법만 개정된다면 장관 자녀의 입학비리 정도는 눈 감으려던 작심 뒤의 본심이 드러나서일까.
‘데스노트’를 접으며 낀 먹구름은 걷히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정체성 정치에 매몰되면서 정의당의 내분은 격화됐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은 추락 저지용 브레이크마저 부쉈다. 6석 정의당의 존재감이 ‘0’에 이른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폭주와 국민의힘의 무기력이 일상이 됐다.
역설적으로 회생의 실마리를 보여준 건 몰락의 발판을 깐 심 의원이었다. 당파성과 정체성의 과잉을 걷어내고 다시 합리성의 칼을 드는 길이다. 그 칼로 기민하게 양당의 폐부를 찔러야 한다. 일거에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자는 몽상을 거둬야 그 길이 보인다.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