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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시대 재정 지출, 우리 세대가 비용 부담해야

중앙일보 2021.02.24 00:31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홍상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정홍상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최근 수년간 부진한 경제를 떠받친다고 재정지출이 많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요인이 더하면서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지출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심층적인 논의가 부족하다.
 

정부가 대안 제시해 공론화하고
증세에 합의하거나 지출 줄여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재정 지출 증가는 세금을 더 늘려서 조달하든지, 국채를 더 발행해서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채는 언젠가는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매년 이자비용을 더 부담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결국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중에서 누가 늘어난 재정 지출만큼의 세금을 더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당장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그래서 으레 국채 발행으로 귀결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유엔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지속가능성 개념을 참고할 만하다. 경제 개발은 필요하지만, 지구 생태계 등 환경을 파괴하면서 개발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 기후 변화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그렇다고 개발을 일절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국제적으로 논의 끝에 현재 세대가 개발하더라도 미래 세대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훼손하지는 않는 범위 내라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경제가 심각하게 어렵거나 코로나 사태 같은 돌발 요인이 생기면 지출을 불가피하게 늘려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 세대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값진 유산은 못 남겨줄망정 빚만 더 늘려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자손들이 지금 세대보다 삶의 형편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면 그래도 낫다. 그러나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기본이 되는 경제 성장을 생각해보자. 한국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이미 지나 저성장 경로로 접어든 지 오래다. 중국 등 신흥국이 맹추격해오면서 앞으로의 성장엔진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인구구조는 어떤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생산인구가 노령인구를 부양하는 비율(노년 부양비)도 현재 20%에서 불과 10년 정도 후에는 약 40%, 20년 후에는 약 60%로 된다. 한 가족에 비유하면 소득은 거의 일정한데 한 사람의 노인이 얹혀살다가 두 사람이 얹혀사는 꼴이다. 그 가족의 살림이 더욱 팍팍해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세금을 더 부담하기가 쉬울까.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상당한 우발채무도 생각해야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일 요인은 어떤가. 남북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에다,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좋든 싫든 통일이 가시화하면 그 중의 상당한 비용을 남측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나 제2의 코로나 같은 팬데믹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요인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세대의 문제는 우리가 부담을 더해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 늘어나는 부담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정부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당장 증세가 어렵다면 향후 5~10년 내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전처럼 또다시 손쉬운 국채 발행으로 이어지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만 전가된다. 자손들에게 무책임하고 윤리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세대가 이러한 재원조달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지출의 재원 조달 부담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느 정도의 위험까지는 감내하면서 경제 활동을 더 허용해야 할지 모른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홍상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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