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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천생 배우 윤여정

중앙일보 2021.02.24 00:28 종합 26면 지면보기
권혁재의 사람사진/윤여정

권혁재의 사람사진/윤여정

요즘 영화계에선 배우 윤여정씨가 단연 화제다.
영화 ‘미나리’로 그의 수상 트로피만 스물여섯 번째다.
이젠 아카데미에서 배우상 후보로 지명될지가 관심이다.
올해로 데뷔 55주년이니 어느덧 74세다.
구태여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2012년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그는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을 예정이었다.
‘돈의 맛’,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2010년에도 칸의 레드 카펫을 밟은 적 있었다.
‘하녀’와 ‘하하하’ 두 작품으로 칸의 여인이 된 셈이었다.
이런 관록의 배우니 당시 라운드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라운드 인터뷰는 한 배우를 두고 여러 매체가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요청이 넘쳐날 때 궁여지책으로 동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다.
사실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건 대중의 관심권에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터뷰를 위해 준비된 카페에 나타난 그의 일성이 의외였다.
“아우, 젊은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나를 인터뷰해요.”
한 손 가득 외워야 할 대본을 든 채였다.
그날 그는 자신을 ‘노(老)배우’라고 했다.
칸영화제 수상을 기대하냐는 질문엔 “노욕이고 노추(老醜)”라고 답했다.
“노추 부리지 않고 연기 인생을 잘 정리하는가가 앞으로 관건이다”라고 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쑥스러움을 한껏 품은 표정과 몸짓이었다.
“늙은 배우 사진을 찍어서 뭐하게요. 저기 젊은 배우들 찍으세요.”
이는 다른 배우 젖혀두고 당신이 주목받는 데 대한 민망함이었다.
“진짜 배우 윤여정을 찍으러 왔다”는 기자의 요청에야 쑥스러움이 사라졌다.
카메라 앞에 선 건 노배우 윤여정이 아니라 천생 배우 윤여정이었다.
당시 예순다섯, 그는 자신을 스스로 노(老)배우라고 했다.
현재 일흔넷, 그때도 그는 배우였고, 오늘도 그는 언제나처럼 배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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