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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8억9990만원 아파트, 알고보니 신발장도 옵션

중앙일보 2021.02.24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8억9990만원. 이른바 ‘로또 청약’ 후보지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내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전용 84㎡의 분양가다.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분양가 9억원 이상)를 피하기 위해 매겨진 가격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곳은 두 달 전 분양한 같은 크기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억5000만원 높다. 어찌 된 일일까.
 

대출 규제선 9억 안 넘으려 꼼수
옵션 다 합하면 수천 만원 훌쩍

분양가에 치솟은 공시지가 반영
상한제 단지도 두달새 1.5억 올라

23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분양 예정인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는 전용 84㎡가 최고 8억9990만원, 전용 101㎡는 최고 10억8660만원에 책정됐다. 이곳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라 주변 단지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 지난해 12월 같은 공공택지 내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전용 84㎡의 분양가는 7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단지의 분양가는 같은 크기 아파트를 기준으로 두 달 만에 같은 택지지구 내 이전 분양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억5000만원가량 높았다. 게다가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통상 기본으로 제공했던 현관 가구, 팬트리, 신발장, 붙박이장까지 유상 옵션에 넣었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분양가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보니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할 때 유상 옵션을 많이 넣었는데, 따지고 보면 실질 분양가는 차이 없는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아파트를 두고 “각종 규제를 앞세운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피해는 청약을 기다리는 주택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856만6000원이었다. 4년 전인 2016년 말(644만3000원)보다 33%가량 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율은 2017년 10.8%에서 지난해 35.8%로 상승했다. 하지만 규제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6년 8월부터 시행된 분양가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규제다. 그동안 공공택지 분양가는 상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공시지가가 치솟으면서 공공택지 분양가도 ‘8억9990만원 아파트’처럼 대출 제한선(9억원)의 턱밑까지 올랐다. 분양가상한제에서 분양가 중 땅값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가 60.6%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분양한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분양가는 3.3㎡당 2400만원대로 3년 전 같은 지역 분양가보다 4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월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공공분양 84㎡의 일부 꼭대기 층 분양가가 9억7000만원을 넘었다. 공공분양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는 역대 처음이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규제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건설사들이 유상 옵션을 구성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 주택의 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규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정부가 편법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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