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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1700조 시대...'빚투''영끌' 열풍에 증가 속도 불붙어

중앙일보 2021.02.23 12:07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가계 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사이 가계 빚 잔액은 126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빚 내서 집 사라’고 규제를 풀어줬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139조원) 이후 최대 규모다. 분기별 빚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7.86%로 2019년 말(4.1%)의 2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집값과 증시가 들썩이자 가계가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투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ㆍ대부업체 등의 금융회사 대출(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의 합계다.  
 
연도별 가계신용잔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연도별 가계신용잔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해 1년간 가계가 늘린 빚(잔액)은 125조8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비롯한 대출 규제 완화로 빚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16년(139조원)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연간 증가액은 2015년(118조원) 처음 100조원대를 돌파한 뒤 2016년(139조원), 2017년(108조원)까지 3년 연속 100조원 넘게 몸집을 키웠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부터 각종 부동산 대출 규제로 빚 규모를 관리하면서 2018년(86조원)과 2019년(63조원) 2년 연속 증가폭이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100조원대로 증가 폭이 커졌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분기 4.64%→2분기 5.17%→3분기 6.97%→4분기 7.86%로 증가율이 높아졌다.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속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속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주범은 대부분 신용대출로 구성된 ‘기타대출’이다. 지난해 4분기 기타대출은 71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695조1000억원)보다 24조3000억원이 늘면서 증가 폭과 잔액 모두 역대 최대였다. 특히 기타대출 증가액은 전 분기(22조1400억)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폭을 넘어서는 드문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부터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주식 투자와 주택 매매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로 주택매매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신용대출까지 끌어 쓰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부터 주식매매 수요와 주택투자 수요가 늘면서 기타대출이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활자금수요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신용의 또 다른 한 축인 판매신용(95조9000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로 전 분기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불어난 가계 빚이 다시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실물 경제의 회복은 더딘데 가계 빚은 급증해서다. 특히 빚내서 투자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급락하면 충격이 커질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경제가 정상화될 때를 대비해서 유동성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등의 세심한 정부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급등한 가계 빚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거품과 연관돼 있어 빠르면 올해 안에도 정부의 공급대책 등으로 집값이 내려갈 경우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만간 정부도 가계 빚 관리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음 달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내놓는다. 금융사별로 관리하던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차주(대출 이용자) 단위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져 가계 빚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자금 등의 수요가 있는 만큼, 가계부채를 급격히 조이는 방안보다 향후 2~3년 이내에 증가율이 정부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인 4~5% 수준으로 복귀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효성·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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