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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국과 동결자금 무제한 사용 합의" 페이크뉴스급 '언플' 왜?

중앙일보 2021.02.23 12:01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장을 억류 중인 이란이 한국 시중은행에 묶여 있는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22일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한국 대사관에서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장이 회담하는 모습. 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한국 대사관에서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장이 회담하는 모습. 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관영 언론들은 22일 밤 일제히 “오늘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의 요 청으로 테헤란의 한국 대사관에서 유정현 대사를 만나 동결 자금의 이전 및 사용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유 대사가 “우리 정부는 이란의 동결 자금을 이전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으며, 상한선이나 제한은 없다(no cap or limitations)”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한국, 자금 무제한 이전 제안”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동결 자산 약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중 일부를 이란의 유엔 분담금 미납분 대납과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기존 협상안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활용하는 방안도 꾸준히 검토했다. 22일 헴마티 총재와 유 대사의 면담에서는 이란이 이런 한국의 제안에 동의했을 뿐이지 이란이 밝힌 것처럼 동결자금을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식의 합의는 이뤄진 적이 없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의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유엔 분담금이나 인도적 목적의 사용은 물론이고, 스위스 계좌로 돈을 보내는 문제는 특히 더더욱 미국과 우선 합의가 이뤄져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문제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묶인 자금인 만큼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인도적 사용을 하려고 해도 결국 미국이 동의해야 한다.  
부산에 위치한 한국케미호 선박 관리회사 사무실에 걸려 있는 선박 사진. 중앙 포토

부산에 위치한 한국케미호 선박 관리회사 사무실에 걸려 있는 선박 사진. 중앙 포토

결국 절차상의 기술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유엔 분담금의 경우 최근 유엔과 미국의 승인을 받아 실제 납부만 이뤄지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란 측이 막판에 “돈이 미국을 거쳐 가선 안 된다”고 입장을 바꿔 한 차례 무산됐다고 한다.

이란, 틈만 내면 협상 상황 왜곡

외교부의 설명대로라면 이란의 발표는 ‘페이크 뉴스’에 가까울 정도다. 선박 및 선원 억류 이후 이란은 이런 식의 언론 플레이를 계속해왔다. 한국이 겨우 앰뷸런스 제공을 제안해 거절했다거나, 동결 자금의 이자를 받아내기로 했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발표를 거듭했다.
결국 이는 이란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외교가에선 나온다. 선박 억류 사유는 환경 오염이었는데, 정작 아직도 그를 입증할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마땅한 협상력 제고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이란은 억류가 순전히 법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로 동결자금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동결 자금 해제 문제에서 진전을 보는 게 이란의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제재로 경제난이 심각하고 선박 나포를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민심도 악화한 가운데 핵 합의 복귀 여부를 두고 미국과 담판을 벌여야 하는 데서 오는 압박감이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로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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