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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마사회 “온라인 경마 도입하자”

중앙일보 2021.02.23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① 무관중 경주로 텅 빈 최근 경마장 풍경. ② 만원관중이 들어선 코로나19 이전 경마장. [사진 한국마사회]

① 무관중 경주로 텅 빈 최근 경마장 풍경. ② 만원관중이 들어선 코로나19 이전 경마장. [사진 한국마사회]

“경마 관련 고용 인원이 2만4000명인데…. 이분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말은 계속 달려야 합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액 급감
불법경마 막을 대책 마련해야

지난 21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화창한 날씨인데도 대규모 경마공원 안엔 기수의 채찍과 경주마의 발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관중의 열띤 함성이 사라진 ‘무관중 경마’의 쓸쓸한 단면이다.
 
한국 말 산업이 위태롭다. 말 산업 유지의 근간이 되는 경마 관련 수입이 뚝 끊기다시피 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국내 경마장에도 초대형 폭탄을 떨어트렸다. 지난해 2월 23일부터 4개월 가까이 경마가 중단돼 수많은 말 산업 종사자가 개점 휴업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 중단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말 산업 종사자들의 경영난이 한계에 다다랐다. 결국 6월 중순부터 고객 없는 경마를 강행했다. 경기 운영비와 상금으로 매주 50~70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경마 상금 지급은 관련 종사자들의 소득 순환에 필수적이다. 마사회가 마주에게 경마 상금을 지급하면 마주→경주마 조교사→기수(기승계약)→말 관리사(급여)에게 차례로 소득 분배가 이뤄진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급에 따라 무고객 경마조차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서울·부산·제주 지역 3개 경마공원 입장 인원은 2019년 464만명에서 지난해 58만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상금을 35억원으로 축소했다. 조교사·기수·말관리사의 소득도 연쇄적으로 줄어들었다. 마주들의 말 구매 중단으로 경주마 생산농가의 매출도 150억원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경마 수익금은 대부분 고객 환급금(70%)과 운영경비(8~9%)로 쓰인다. 16%의 각종 세금(레저세·교육세·농특세)을 국가에 납부하고 남은 이익금 2~3%는 다시 70%의 특별 적립금(축산발전기금으로 출연)과 이익준비금, 사업확장 적립금으로 나뉜다. 지난해는 전년도 대비 6조2682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해 세금 1조30억원이 날아갔다. 이익금이 발생해야 납부할 수 있는 축산발전기금(2019년엔 938억원 출연)은 한 푼도 내지 못했고, 기타 산업종사자의 피해도 심각했다. 마사회가 그간 적립한 유보금으로 무고객 경마를 강행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된 탓에 몇 달 뒤면 금고마저 바닥날 위기다.
 
그래서 마사회와 경마 관계자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 시스템’ 도입을 바라고 있다.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해외 경마 선진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발매에 기반을 둔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 시스템을 도입하면 사행산업 확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오히려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흘러가는 ‘검은돈’ 규모가 대폭 줄어든다는 통계도 나왔다.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 불법경마(81조5474억원) 규모가 합법경마(22조6507억원) 총액의 4배를 넘어섰다. 마사회 관계자는 “합법경마 통로가 거의 막혔던 지난해는 이보다 더 심각한 수치가 나왔을 것이다. 실명을 사용하면서 경주일과 시간·장소·베팅 금액을 제한하는 온라인 합법경마가 말 산업을 살리면서 도박 중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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