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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견제하나···굳이 힘들게 '맞춤형 지원금' 미는 여당

중앙일보 2021.02.22 18:0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넓고 두터운 지원이 민생 피해의 확대를 막고 경제회복을 앞당길 확실한 정책수단"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넓고 두터운 지원이 민생 피해의 확대를 막고 경제회복을 앞당길 확실한 정책수단"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당·정 협의 방침은 “더 두텁게, 더 넓게”란 말로 요약된다. 이낙연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정부는 넓고 두터운 재난지원금을 반영할 추경안을 28일까지 합의할 것”이라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가장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받는 피해업종과 취약계층에 더 두텁게, 사각지대 없이 더 넓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더 두텁게, 더 넓게”가 쟁점으로 떠오른 건 4차 재난지원금이 일부 계층에 국한된 ‘맞춤형 지원’ 방식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간 당내에서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하는 이들은 “선별 지급을 하면, 생활이 궁핍한데 정작 지원은 못 받는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된 것도 이런 논리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설 연휴 직후 기자간담회(14일)에서 ‘맞춤형 지원’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번엔 ‘사각지대 해소’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어려운 국민을 위한 맞춤형 지원은 넓게 두텁게 이뤄지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 ‘넓게’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당·정·청은 이번 주 내내 다양한 채널로 4차 재난지원금 관련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자영업·특수고용직 소득파악 어려워 ‘난항’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율에 따라 최대 400만~500만원씩 지급하는 4차 재난지원금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가 인근 한 매장이 휴업 공지를 걸어놓았다. 뉴스1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율에 따라 최대 400만~500만원씩 지급하는 4차 재난지원금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가 인근 한 매장이 휴업 공지를 걸어놓았다. 뉴스1

‘선별 지원’ 방침을 꺼낸 민주당이 맞닥뜨린 최대 난제는 지원 대상 선별 문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이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한 데다, 현실적으로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소득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소득 파악과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계신다”며 “가장 피해가 집중되는 분들이 4차 재난지원금 범위에 포함될 것인가,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를 지원하자는데 대해선 당·정간 이견이 없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지원도 원칙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소득 하위 계층 지원을 놓고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소득 하위 계층에 일정액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개개인의 경제적 피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선 소득 하위 계층을 일괄 지원해야 소외되는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소득 하위 계층일수록 일용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많아 정확한 소득을 집계할 수 없다”며 “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재정 당국은 난색을 보인다. 소득 하위 40%(820만 가구)에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금액(1가구 최대 100만원)을 지급할 경우, 추가 예산만 5조 400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 지원에만 10조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방역에 소요되는 추경 예산까지 합치면 자칫 1차 추경이 20조 원대로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與 일각 “쉬운 길 놔두고 왜 이러나”

 
선별 지급 대상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여권에선 “향후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개개인의 소득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액 지급이 아닌) 정률 지급을 하려면 소득 파악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갖춰지지 못했다”며 ”5~6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엔 정률 지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가급적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청와대와 당 지도부 사이에 있었다” 고 전했다.
 
실제 여권 내에선 지난해부터 실시간 소득 파악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맞춤형 재난지원금은 소득 파악이 안 돼서 일률 지급해왔다”며 “앞으로 소득파악 시스템을 마련에도 노력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국세청 역시 지난해 말 실시간 소득파악 전담팀을 출범시키고, 올해 초엔 실시간 소득파악과 관련된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단기 과제와 장기 과제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설 연휴 동안 지역 상인들을 만나면 꼭 업종제한이 아니더라도 경기 침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왜 ‘전 국민 지원’이라는 쉬운 길을 놔두고 ‘사각지대 없는 선별 지원’이란 어려운 길을 가는지 이해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 왔다. 지난 1일부터 경기도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시작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 왔다. 지난 1일부터 경기도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시작했다. 경기도 제공

당 지도부가 ‘선별 지원’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설 연휴 전까지만 해도 여권 내부에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이 될 거란 관측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지난 3일 “당정 협의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설 연휴 직전은 여권 내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던 시기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7일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이 지사를 비판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8일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이 촉매가 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된 측면은 있다”며 “이후에도 대선 주자 간 노선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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